LG유플러스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지며 거대해진 관련 시장을 노리는 통신사-제조사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LG유플러스는 한 발짝 비켜나 '섬'이 된 상황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KT-삼성전자, KT-애플의 양강 구도가 깨지고 SKT-애플, KT-모토로라 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유독 LG유플러스만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작년 '옵티머스원'이후 이렇다 할 후속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LG유플러스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들조차 스펙이 타 통신사 같은 모델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LG유플러스의 고립을 부추기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스마트폰 라인업의 절대적인 부재이다. '아이폰'의 KT, '갤럭시S'의 SK텔레콤에 비해 이렇다 할 대표 스마트폰이 없는 LG유플러스의 부진은 이미 예견되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그나마 선방한 '옵티머스원' 이후 후속타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경쟁 통신사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에 집중했던 터라 LG유플러스가 보급형인 '옵티머스원'으로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었으나 올해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과 '갤럭시S'의 대항마로 내세운 '옵티머스 마하'도 버그 때문에 공급이 중단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아예 공급라인에서 배제되는 상황에까지 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합작해 만든 국내 첫 진저브레드 스마트폰인 '넥서스S'의 경우 SK텔레콤과 KT를 통해 동시 출시됐다. 'CES2011'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손꼽혔던 모토로라의 '아트릭스' 역시 SKT와 KT를 통해서만 공급된다. 모토로라 관계자는 "앞으로도 LG유플러스에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G유플러스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타 통신사에 비해 스펙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까지 있어 LG유플러스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팬택의 전략 스마트폰 '베가X'의 경우 KT용은 2세대 스냅드래곤이라 불리는 퀄컴 MSM8255 1GHz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512MB의 DDR2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용은 1세대 스냅드래곤인 퀄컴 QSD8650이 탑재됐고 DDR2 메모리가 빠졌다. 실제 사용시간과 통화 대기 시간도 KT용은 연속통화 440분, 연속대기 341.7시간인데 반해 LG유플러스용은 연속 통화 330분, 연속대기 258시간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앞서 출시된 LG유플러스의 '갤럭시U'도 SK텔레콤의 '갤럭시S'보다 늦게 출시됐음에도 불구, 화면 크기가 줄어들고 수퍼 아몰레드에서 일반 아몰레드로 패널이 변경되는 등 스펙 다운 논란이 일었다.
LG유플러스가 외국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는 이유, 같은 기종인데도 스펙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통신업계는 "통신망 차이 때문"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갈 때 SK텔레콤과 KT는 3세대 통신망으로 WCDMA 방식을 택했지만 LG유플러스는 디비전A 방식을 적용했다. 고용량의 데이터들이 필요한 스마트폰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채택한 디비전A 방식은 WCDMA 방식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
따라서 국내외 주요 제조업체들은 리비전A 방식보다는 WCDMA 방식의 스마트폰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LG유플러스로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라인업 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외국 제조사들의 경우 더욱 심하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작년 한 해 동안 외산 스마트폰을 단 1종도 출시하지 못했다.
요금제·서비스 등에서 통신사별 차이가 거의 사라지고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통신사보다 단말기 모델 자체에 중심을 두고 통신사를 선택하고 있는 추세여서 스마트폰 라인업이 빈약한 LG유플러스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LG유플러스의 빈약한 스마트폰 라인업은 그대로 시장점유율로 반영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과 KT의 가입자와 점유율이 각각 2570만명(50.6%)와 1604만명(31.6%)를 차지한 것에 비해 LG유플러스는 902만명(17.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전체 727만명의 가입자 중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각각 392만명(53.9%), 273만명(37.6%), 62만명(8.5%)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그나마 시장 점유율이 반토막 난 것이다,
실적 또한 하락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연간실적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8조5천8억원, 6천553억원, 5천7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2.0%, 0.2%, 23.3% 증가한데 그쳤다. 특히, 4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감소했다. 분기가 지날수록 실적이 더 저조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의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3월 말부터 리비전B로 업그레이드해 기존의 리비전A방식에 비해 최대 3배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고, 세계 주요 이통사의 3G서비스 주파수인 2.1㎓주파수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또한, 4G 통신망인 LTE 조기 구축을 통해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할 채비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LG유플러스가 스마트폰 라인업 부족으로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방어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은 터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2.1㎓주파수 확보와 LTE 설비 구축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biz&ceo뉴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