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이 의문의 30대 중국 여성과 잇따라 불륜이 의심되는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기밀이 다량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과 내연관계였던 중국 여성 덩○○(33)씨에게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자료 중에는 국내 유력 정관계 인사 200여명의 휴대전화번호 등 연락처와 주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비자발급 관련 자료, 외교통상부 인사 관련 문서 등 각종 기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무총리실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문제의 중국 여성은 올해 초 불륜 파문으로 사직한 법무부 소속 H(41) 전 상하이 영사와 내연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보유출 의혹은 덩씨의 한국인 남편 J(37)씨에 의해 제기됐다.
H 전 영사와 K(42) 전 영사는 작년 말 덩씨와의 문제가 불거져 국내로 조기 소환돼 감찰 조사를 받았으며, 비자 발급 업무를 해온 H 전 영사는 덩씨에게 규정을 어기고 비자를 이중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덩씨에 대한 제보를 받은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한 달 여간의 조사 끝에 이달 초 문제의 외교관들이 속한 소속 부처에 추가 조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경우 기초조사 정도만 담당하고 자료를 넘기면 인사권을 가진 각 부처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덩씨가 보관해온 컴퓨터 파일에 담겨있던 것이라며 J씨가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는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정부 내부통신망의 인사정보, 주상하이 총영사관의 비상연락망과 비자 발급 기록, 정부·여당 최고위층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휴대전화 번호) 등이 들어 있었다.
특히 현 정부 실세와 여당 의원들의 번호를 사진으로 찍은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엑셀 문서파일까지 발견돼 정부 기밀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빼돌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을 한 외교관과 현지 여성의 단순한 치정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상하이 주재 외교관들이 한 중국 여성과 잇따라 불륜으로 의심되는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정부 기밀이 다량 유출됐다는 내용의 8일 언론 보도와 관련, “현재까지 의혹이 확인된 것은 없다”며 사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품위손상, 자료유출의 의혹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에 대한 얘기는 (총리실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소환된 2명의 주재원은 해당 소관 부처에서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부처의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H(41) 전 영사와 K(42) 전 영사의 경우 법무부 등 다른 부처 소속의 주재관이고 외교부 소속인 P(48) 전 영사와 김정기 전 총영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P 전 영사는 H 전 영사와 K 전 영사가 소환되기 훨씬 전인 2009년 8월에 현지 업무를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가 된 중국 여인인 덩모(33)씨의 남편이 공개한 자료에는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케 하는 P 전 영사의 사진과 김 전 총영사 사진도 발견돼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24일 총리실로부터 외교부 직원 1명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으니까 조사하라는 통보를 받고 지금까지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본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결과로 봐서는 의혹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총리실에 접수됐고 외교부 관련 부분이 통보된 만큼 우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상하이 총영사가 다른 부처 소속 주재관들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파문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번 파문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관련 사건에 대한) 총체적 지휘 책임은 총영사에 있는 것”이라고 말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특별채용 파동 이후 쇄신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다시 국민적 이미지가 실추될까 우려된다”며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각 재외 공관에 주재관의 근무기강을 점검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방안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