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차단'으로 시작된 데이터 폭증과 통신사 망부담 논쟁이 '데이터무제한요금제 폐지'까지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아오고 있다. '카카오톡'이 논란의 전면에 위치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이 고객 확보에만 치중해 데이터 폭발 상황에 대한 아무런 대안없이 경쟁적으로 '무제한요금제'를 실시한 것이 이번 문제의 화근이어서 통신사들의 대책 마련이 주목받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천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 상당수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해 제한 없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어 데이터 사용량 또한 지난 1년 동안 열 배 이상 늘어났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증가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고려할 때, 2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올 연말이 되면 데이터망이 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사들의 '카카오톡 죽이기' 왜?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의 주범으로 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을 지목하고 있다. 1천만 사용자를 돌파한 '카카오톡' 때문에 데이터망의 트래픽이 급증해 망 품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 카카오톡은 3G망이나 와이파이 등 인터넷 연결을 이용, 가입자 간에 별도의 과금 없이 문자메시지와 사진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카카오톡차단설'에 이용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통신사들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망부담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카카오톡'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도 시스템에서 주기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신호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카카오톡' 서버와 사용자 간 '접속유지'(keep alive) 확인을 위해 불필요하게 송수신되는 신호 트래픽이 망 부하를 일으킨다"며 "'접속유지' 주기가 구글에 비해 6배 빠른 편이라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트래픽 정도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망부담을 가중시키는 서비스들에 대해 통신사들이 취했던 선례를 볼 때 어떤 방식으로든 '카카오톡'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KT는 국내 무료통화서비스인 '바이버'를 차단,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었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 경위는?
'카카오톡' 문제는 급기야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무제한데이터요금제'에 대해 "이동통신 통화품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소수의 이용자가 과도한 트래픽 폭주를 일으켜 다수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배경 설명.
이에 앞선 지난달 17일 열린 2기 방통위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과다한 트래픽으로 통화품질을 떨어뜨리니 폐지를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에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검토하겠다"고 답변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는 지난해 9월 통신3사가 고객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시작한 정책이다. 당시 통신사들은 "데이터를 정액요금제 이상으로 초과해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 가입자의 10%도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 폭주, 테더링 기능, OPMD서비스 등 미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다량으로 발생하며 망 운영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된 것.
실제로 현재 '무제한데이터요금제'는 과다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스마트폰뿐 아니라 피처폰 통화품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 가입자들이 아예 와이파이 기능은 꺼놓고 3G망을 통해서만 데이터를 이용하는 문제까지 발생시키고 있어 효과적인 통신망 관리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 것.
▲망부담을 완화시킬 대안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직접적으로 부하가 걸리는 3G망을 보완·대체할 수 있는 와이파이망의 증설이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의 폐지·수정이 불가피할 경우 보완장치인 와이파이망의 충분한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통신3사는 데이터 사용량을 분산하기 위해 와이파이존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각 통신사가 올해 말까지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신규 와이파이존의 수는 KT 5만8천개, SK텔레콤 4만5천개, LG유플러스 3만4천개 등 총 13만7천개다. 현재 운영 중인 것까지 합친다면 총 21만2천개의 와이파이존이 만들어지는 것. 특히, KT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점차 느려지고 혼선이 발생하는 2.4㎓ 대역보다 5배가량 빠른 5㎓ 대역 와이파이 상용화에 나섰다.
2.1㎓ 주파수 확보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통신3사 모두 방통위가 경매로 배정 예정인 2.1㎓대역 주파수 20㎒ 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껏 2.1㎓대역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LG유플러스, 3G 가입자 규모는 비슷하지만 SK텔레콤에 비해 절반 수준의 대역밖에 보유하고 있지 못한 KT, 점유율이 가장 높아 실제 가입자대비 주파수 보유량은 가장 적은 SK텔레콤 모두 3G망 부담 해소를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실제적인 데이터압축기술의 향상이 꼽힌다. 아무리 데이터 사용자를 분산시키고 주파수를 새로 확보한다고 해도 늘어나는 데이터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보다 수십 배 빠른 LTE가 상용화되면 데이터 트래픽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큰 폭으로 압축해서 전송하는 기술이 좀 더 향상된다면 망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