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밀가루 값이 오르자 가공식품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밀가루 가격 인상을 신호탄으로 가격인상의 명분을 충분히 쌓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무차별적 인상 폭탄을 퍼붓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제과.제빵업계는 일찍이 값을 올리거나 곧 가격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밀가루 사용 비중이 높은 라면업계도 가격인상을 검토하는 중이지만 시기와 범위를 놓고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외식업계는 일찌감치 값을 올렸다.
제과업계 2위인 크라운해태제과는 5일 오예스, 맛동산, 에이스, 홈런볼, 후렌치파이 등 주력제품 24종의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그러나 어떤 품목을 얼마나 인상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사와 정부, 유통업체만이 알 수 있는 '대외비'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제품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알리지 않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한 대형마트의 과자매대. 크라운해태제과의 가격인상이 발표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관련제품을 미리 구매했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수익을 낸 롯데제과와 최근 검찰 수사로 만사가 조심스러운 오리온은 "과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업계도 가격인상을 검토하는 중이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농심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1위 회사도 가만히 있는데 어떻게 올리겠냐"고 몸을 사렸다.
반면 음료.주류업체들과 외식업계는 상대적으로 가격인상이 자유로운 분위기다.
롯데칠성음료는 소매업체에 납품하는 펩시콜라, 사이다 등의 가격을 5~10% 인상했다. 코카콜라는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제품값을 6% 안팎으로 인상했다. 유한킴벌리도 일부 유통업체에 립톤 아이스티 10여개 품목에 대해 평균 10% 가량 가격 인상을 요청한 상태로 협상을 거쳐 조만간 단행할 예정이다. 수입맥주 밀러도 10여개 품목에 대해 평균 5% 가량 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유통업체와 협의중이다.
구제역 후폭풍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밀가루·설탕 가격인상 등으로 패스트푸드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달부터 콜라 값을 1천500원에서 100원 올리고, 콜라가 포함된 일부 세트메뉴 값도 100원씩 인상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번 달부터 런치세트 메뉴를 100~300원 올렸다.
롯데리아는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한 '빅 비프 버거' 세트가격을 6천400원으로 책정했다. 7천원인 한우버거와 맞먹는 수준이다. 파파존스도 라지 사이즈 및 치즈롤 피자를 포함해 총 103개 제품 가격을 최고 2천원까지 인상했다.
던킨도너츠도 지난 1일부터 '베이글' 일부 제품을 100원씩 올렸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일부 매장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빵 샌드위치 등을 팔고 있다. 파리바게뜨 밤식빵은 3천원대에서 4천원대로 올라, 2천원대인 반쪽짜리로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샌드위치 가격도 4천800원으로 일부 올랐다. 뚜레쥬르는 페스츄리류의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삼립식품샤니,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제품 리뉴얼 등으로 일부 품목의 가격이 올랐지만 매장마다 임대료 등을 고려해 값이 달라 더 오른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더카페는 전국 160개 매장에서 아메리카노와 라떼 가격을 300~500원 가량 올렸다. 최근 원두값이 14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오른데다 설탕과 원유 등의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GS25는 700원에 판매하던 삼각김밥을 제품명에 '뉴'를 붙이고 용량을 6g 늘리면서 8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GS25 뿐만 아니라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등도 최대 900원짜리 삼각김밥을 팔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일자로 콩기름과 튀김용 식용유의 가격을 평균 8.5% 올렸다. 사조해표, 대상, 오뚜기 등도 국제 대두가격 급등을 이유로 식용유 가격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확보가 발등의 불이 된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등 유업계도 가격압박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여서 인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