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서남표 KAIST 총장은 문제가 되는 수업료 부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 총장은 4월 7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징벌적 수업료 등 과도한 경쟁체제가 학생들의 부담감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원점에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과하는 '징벌적 수업료'를 폐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의 상황에 국민 여러분께, 학부모님들께, 학생들께 머리숙여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카이스트 구성원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으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애통함을 느끼고 있다"며 "총장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일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는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학생들이 더 자유롭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들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돼가는 시점에서 이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져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KAIST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지만 서남표 총장의 '징벌적 학점제'가 운영돼면서 학부생에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만원의 수업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는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부생에 대해서는 벌금형인 수업료 부과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지난해 전체 학생 7805명 중 12.9%에 해당하는 1006명이 1인당 평균 254만여원씩의 수업료를 냈다.
한편 6일 카이스트 재학생이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에는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으로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지급하는 등록금 정책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등 학업 부담을 자중시키는 학내 분위기"를 꼬집고 있다. 또 "우리는 학점 경쟁에서 밀리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들어도 학우들과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라며 하소연 했다.
이어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표방하지만, 학교는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 놓고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한다"고 소리냈다. 이어 총장에게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말도 안되는 무한 경쟁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학우들을 위한 카이스트를 건설하라"고 주장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아파트 1층 현관 출입구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휴학생 박모(19)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목숨을 끊은 박군은 한국과학영재고 출신으로 지난 6일자로 학교를 휴학한 상태였다. 그는 휴학 당시 학교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고, 성적 문제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에서는 앞서 지난 1월 '로봇영재' 조모씨 등 올 들어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카이스트 학생이 쓴 대자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