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하였다.
자공이 "이 세 가지 중에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공자는 "먼저 군대를 포기해야 하고 다음으로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을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말했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서 비롯된 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고사는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하늘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월세 등의 주거비, 학원비, 기름값 등 오르지 않는 것이 없어 정부는 연일 물가안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물가 안정 대책의 주요 타켓 중 하나가 통신비다.
물가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단골로 회자되는 메뉴다. 통신비가 가계에 주는 압박이 갈수록 눈덩이니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그러나 정작 통신비 인하의 핸들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술 취한 듯 오락가락하고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말 2기 방통위원장 취임사에서 "이동전화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를 추진하는 등 국민들의 통신료 부담을 덜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시장 내 경쟁을 촉진시켜 통신비를 20% 이상 낮추겠다"고 말해 여야의원들의 공감을 샀다.
그러나 최근 최 위원장은 수시로 말을 뒤집고 있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스마트폰 요금이 비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싼 것"이라며 "통신비의 개념부터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오히려 비싼 통신비를 두둔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지난해 말 전반적인 물가가 100% 이상 올랐지만 통신비는 오히려 93% 내려갔다"며 "스마트폰을 금융업무·쇼핑 등으로 다양하게 쓰면서 절약되는 교통비·시간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과 한 달 전에 했던 자신의 말을 정면으로 뒤엎은 상황이다.
통신비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가까이 육박하며 국민 누구나 그 부담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정부만 나서서 '비싸지 않다'고 역설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최근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를 상대로 출고가격과 보조금 조사를 벌이며 통신비 인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공정위의 의욕마저 꺾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국민의 불신만 키운다. 공자가 말한 정치의 요체로서 백성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