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휴대폰 단말기 유통 구조를 '블랙리스트'로 변경 도입하려는데 대해 통신업계가 반기를 들고 있다. 요금제 결합상품 운영 등이 힘들어진다는 표면상의 이유를 달고 있지만 단말기 매출과 시장 지배력을 놓치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블랙리스트'란 분실이나 도난 등으로 사용 불가능한 휴대폰의 고유번호만 따로 관리하는 제도로 미국·유럽 등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채택 중인 '화이트리스트'는 모든 사용 단말기의 IMEI를 이통사가 리스트화해 관리하는 것으로 통신사가 단말기 지배력을 유지하는 근거가 되어왔다.
방통위가 최근 '블랙리스트'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을 추진하자 통신사들은 극력 반발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블랙리스트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망 연동 테스트를 하지 않은 해외 휴대폰이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휴대폰 분실 시 찾기 어려워진다 ▲제조사와 함께 만들어 온 요금제 결합상품 운영이 힘들어지고 ▲단말기 구매가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통신 전문가들은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수십년간 지켜온 시장 지배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 휴대폰이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킨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3G 표준 규격을 지키는 단말기가 표준 규격망에 접속하는 것이라면 네트워크 장애가 일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제공하는 로밍 서비스가 현재 아무런 장애 없이 제공되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
휴대폰 분실 문제에 대해서도 "화이트리스트를 쓰는 지금도 사실상 분실 이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분실위험이 걱정되면 희망하는 고객에 한해 고유번호를 적으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요금제 결합상품 운영의 어려움은 오히려 통신사와 제조사가 분리됨으로 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사들이 더 이상 단말기로 승부할 수 없게 되면 경쟁적으로 더 품질 좋은 서비스를 내놓게 될 것이라는 반론이다.
단말기 가격에 대해서도 "통신사의 단말기 판매를 원천금지 하는 것이 아니므로 통신사 보조금 혜택을 원하는 사람은 통신사에서, 약정이 싫은 사람은 다른 유통망을 통해 구매하면 될 것"이라고 입장을 전하고 있다.
결국 통신사들의 블랙리스트 도입 반발의 원인은 단말기 매출 및 시장 지배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속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단말기 매출이 통신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공시에 따르면 2010년 단말기 등 상품매출수익은 KT 4조5천28억원, LG유플러스 1조6천533억원으로 각각 전체 매출의 22.3%, 19.4%를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계열사인 SK네트웍스의 '통신마케팅컴퍼니' 항목을 통해 5조3천997억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면 단말기 매출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마케팅비로 상쇄될 수 있지만 그 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블랙리스트가 도입될 경우 통신사들은 시장 지배력을 빼앗기게 된다.
그동안 단말기 제조사는 통신사와 협의해 출고가격을 정해 공급해왔고 통신사대리점을 통해서만 소비자와 만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면 그동안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며 인기단말기를 독점, 보조금을 이용한 약정제로 소비자들을 쥐락펴락했던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며 "서비스 품질과 요금제를 통한 무한경쟁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신사들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