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닭고기 업계 2위인 마니커가 경영진의 비리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으며 주춤하는 사이 1위 기업인 하림이 껑충 뛰며 격차를 벌이고 있다. 하림의 국내 닭고기 시장점유율은 무려 30%를 넘고 있다. 반면 마니커는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장시장점유율(마니커 사업보고서 참고) 13%대를 기록, 3년 동안 14%를 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다.
3, 4위인 동우와 체리부로는 올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닭고기 포장유통 의무화가 전면 확대 시행되면서 브랜드 닭고기 대기업들이 영세업체보다 시장점유율을 확대가 유리해진 점도 선두업체들의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닭고기 시장은 하림(20.1%), 마니커(13.8%), 올품(10.1%), 동우(9.2%), 체리부로(7.2%) 등 5개사의 점유률이 60%를 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모든 도계장의 닭고기 개별 포장 의무화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이들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가 시장점유율 확대의 분수령이 된 만큼 업체들의 경쟁도 불을 뿜고 있다.
1위인 하림은 2년 전 선보인 친환경 프리미엄 닭고기 브랜드 '자연실록'으로 후발업체들을 멀찌기 따돌릴 방침이다.
하림은 이미 자연실록으로 1천100만수, 매출액 5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2009년 4월 닭고기 생산이력제를 적용하고, 무항생제로 사육한 '자연실록'이 고가임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덕분이다.
하림은 친환경 닭고기를 원료로 한 비엔나, 후랑크, 슬림캔, 훈제 등 육가공품 시장에도 뛰어 들었다.
하림은 600여 농장 중 79개 농장이 친환경인증을 받았으며 올해 안해 친환경인증 농장을 15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익산공장에 이어 첨단 에어칠링(공기냉각) 시스템을 갖춘 정읍공장이 오는 10월 완공되면 공급량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문용 하림 사장<사진>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자연실록'의 성공을 바탕으로, 친환경 닭고기를 사용한 육가공 제품을 100억원어치 판매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3월 말 하림의 시가총액을 뛰어 넘었던 3위 업체 동우도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당시 동우는 구제역 반사이익으로 주가가 급등하며 한때 6천150원을 기록, 시가총액 1406억원으로 하림홀딩스(1369억원)을 꺽었다.
동우는 지난 2006년 닭고기 시장점유율이 6.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2%까지 치고 올라왔다. 5년만에 2.3%p를 끌어올린 것이다. 26일 동우는 주가가 전날보다 1.27% 떨어진 5천430원으로 시가총액 1241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하림홀딩스는 전날보다 3.8% 떨어진 3800원(시총 1546억원), 마니커는 2.47% 하락한 1185원(시총 556억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동우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주력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참프레' 지분(25만주·31.6%)을 취득해 육가공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4위 체리부로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체리부로는 지난 2004년 2월 자금난으로 부도를 낸 뒤 법원에 화의를 신청하는 굴욕을 겪었다. 당시 조류인플루엔자(AI) 직격탄을 맞았던 체리부로는 경영정상화를 통해 1년9개월만에 화의에서 졸업했고, 2006년 4.8%였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7.2%까지 끌어올렸다.
회사 측은 오는 2013년까지 총 800억원을 투입해 전남 영광군 대마면 일대 11만평 부지에 닭고기 가공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영광군과 친환경육계설비 투자에 대한 협약(MOU)을 체결하고,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프리미엄(무항생제) 닭고기 시장 규모는 540억~660억원 수준이다.
체리부로 관계자는 "해조미네랄, 천연 항균 물질인 프로폴리스와 생균제 등이 들어간 천연사료를 사용해 정부 인증을 받은 40여개의 농장에서 일주일에 20만수의 육계를 출하하고 있다"며 "국내 육계시장이 매년 3~5% 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반면, 프리미엄 닭고기 시장은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달리 마니커는 연초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열이 흩어짐으로서 올해 성장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지난 2월 마니커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너 2세가 대주주로 있는 현미경업체 T사도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5일에는 마니커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지금까지 3차례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악재가 쌓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T사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