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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KTX..그 고통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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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KTX..그 고통의 재구성
콩나물 시루에 티켓 반환 70년대식...짐 칸 도난.분실도 탑승자 책임
  • 김솔미 기자 haimil87@csnews.co.kr
  • 승인 2011.05.03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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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연이어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KTX의 일방통행식 영업.서비스 방식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지고 있다. 

열차의 잦은 연착은 나몰라라 하면서 운행 시간 단축은 즉각 운임인상으로 대응했다. 짐칸을 만들었지만 도난이나 분실에 대한 책임은 없고 직접 역까지 가야만 가능한 70년대식 열차표 반환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민원에도 '소귀에 경읽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 운송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진 코레일의 일방통행 영업에 소비자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을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실제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직장인 최 모씨의 하루를 재구성해 보았다.

 

갑작스런 운행 취소, “통보도 없어?”=지방 출장이 잦은 직장인 최 씨는 오전 9시에 출발하는 부산행 KTX를 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울역으로 향했다. ‘오늘도 콩나물 시루인 건 아니겠지.’ 지난 주, 통근열차를 탑승했다가 통로를 꽉 채운 승객들 때문에 움직일 틈도 없어 진저리를 쳤던 기억이 새롭다. 마침 정기권이용자들이 많이 타는 퇴근시간인 탓이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 턱이 없었던 최 씨에겐 악몽 같은 1시간이었던 것.

 

서울역에 도착한 최 씨는 전광판에 적힌 사과 문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어젯밤 벌어진 KTX 탈선 사고로 인해 그가 탑승해야 할 열차의 운행이 취소됐다는 것. 급히 매표소로 찾아가 항의해 보지만 환불해 줄 테니 다른 표를 구입하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열차를 찾아보지만 가장 빠른 티켓의 출발 시간이라야 지금부터 4시간 후다.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잦은 연착, 짐칸은 분실물 책임 없어=오후 1. 열차는 오지 않는다. 8분이 지나서야 도착한 KTX에 올라 탄 최 씨는 객실과 객실 사이에 마련된 짐칸에 여행 가방을 올려놓고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면 짐칸이 보이지 않아 불안했지만 이내 잠에 빠져든 최 씨. ‘에잇, 짐을 놔두라고 짐칸을 만들어뒀을 텐데 별일이야 있겠어?’

 

잠에서 깬 최 씨는 객실 옆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짐칸에 놓아둔 여행 가방이 안 보인다. 승무원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재차 항의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객실 밖의 짐칸은 승객들의 편의상 설치해 둔 것일 뿐, 물건이 분실됐다고 해서 배상해 줄 의무는 없다는 것.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최 씨는 짐을 놓아두었던 자리만 멀뚱히 바라본다. 짐칸이 있는 곳 어디에도 CCTV는커녕 분실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요하는 문구조차 적혀있지 않다.


열차시간은 제멋대로, 운임 인상은 신속하게=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경부고속철도의 2단계 구간 개통으로 부산 도착 예정시간은 이전보다 22분 앞당겨진 328분이었지만 지금은 3시 46분. 늦게 출발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예정보다 10분가량 늦은 시간이다.

서울-부산 간 소요시간이 단축됐다는 이유로 운임을 대략 4천원(평일과 주말 요금 다름)이나 인상했지만 이렇게 되면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 아닌가? 열차가 10, 15분 연착되는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운임 인상은 서둘러 진행하는 걸 보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구입했던 KTX 승차권을 취소하고 버스를 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또 문제가 발생했다. 전화상으로는 취소가 불가능하며 역에서 본인 확인 후 반환받을 수 있다는 것. 인터넷을 사용할 형편도 아닌 최 씨는 결국 역까지 찾아가 승차권을 취소한 뒤 터벅터벅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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