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연착으로 중요한 세미나를 놓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거나 ‘굼벵이’ 지하철 때문에 아침부터 상사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면?
열차, 비행기, 고속버스 등 정해진 시간에 맞춰 여객을 수송해야 하는 운송수단의 연착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천재지변이나 도로의 정체 등 불가항력적인 사태를 제외하고는 지연된 시간에 따라 운임액의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으므로 관련 규정을 꼼꼼히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 항공기 연착, 2시간 넘어야 보상...천재지변은 예외
지난 달 광주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아시아나항공을 탑승했지만 30분이 지나도록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았다. 결국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다른 항공기로 갈아탄 후에야 광주를 떠날 수 있었다. 예정시간으로부터 1시간가량 지연된 상황.
출발 당시 승무원은 항공사에서 승객들에게 목적지에 도착 후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안내했었지만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강북 지역과 강남 지역으로 가는 전세버스 뿐이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사는 김 모(남.29세)씨의 말이다. 항공기의 잦은 연착으로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의 제보가 잇달아 접수되고 있지만, 규정 상 2시간 이상 지연된 경우가 아니라면 보상 받을 수 없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국내선이 사업자의 고의·과실로 인해 2시간~3시간 지연됐을 경우 해당구간 운임의 20%, 3시간 이상은 30% 배상받을 수 있다. 단, 기상상태, 공항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그러나 항공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기체의 고장으로 인한 지연이라고 해서 반드시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1998년 1월 판례를 보면, 국내 항공사가 기체 고장으로 인한 점검을 위해 운항을 연기해 승객들이 목적지에 예정시각보다 2시간 25분 늦게 도착,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승객들은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문 정비팀으로부터 점검수리 중인 여객기가 완전히 수리되었다는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정상 운항을 전제로 대체기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결과 출발 당일 여객기의 운항이 취소된 것’으로 판정하며, 항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 고속버스 연착 시, 정상 운행 소요시간의 50% 이상일 경우 보상
고속버스 운송사업 운송약관에 따르면 운송도중 버스의 고장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하여 지연 도착된 경우 지연된 시 간이 정상 운행 소요시간의 50% 이상일 경우에는 운임액의 10%를, 100% 이상일 경우에는 20%를 각각 환급하여야 한다.
단, 천재지변, 악천후, 도로의 정체 기타 불가항력적 사태 및 정부기관의 명령이 있을 때에는 회사가 그 운행의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하거나 운행시간의 변경, 여객 및 수하물의 하차 또는 제한을 요구할 수 있다.
◆ KTX, 일반열차 보상기준 달라...‘지연증명서’란?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철도에서의 여객운송약관에 따르면 태풍, 지진, 홍수 등의 천재지변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고 승차권을 발권받은 사람이 KTX가 20분 이상, 일반열차가 40분 이상 지연돼 여행시작 전에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영수금액을, 도착역까지 여행을 마친 사람은 승차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지한 승차권을 역에 제출하고 운임의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환불금액은 지연시간과 열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KTX의 경우 20분 이상 40분 미만은 운임의 12.5%, 40분 이상 60분 미만은 25%, 60분 이상은 50%이며, 일반열차의 경우 40분 이상 80분 미만은 12.5%, 80분 이상 120분 미만은 25%, 120분 이상은 50% 환급받을 수 있다.
이 때, 일반승차권은 표시된 운임(운임을 할인한 경우에는 할인금액을 공제한 운임)을 기준으로 하고, 정기승차권은 1회 운임 기준이다.
한편, 지하철은 열차가 5분 이상 지연됐을 경우 직장에 제출할 지연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지연증명서는 여객운송규정에 따라 열차사고 등으로 인하여 열차가 5분 이상 지연되었을 때 발급해 주는 서류로 사고가 발생한 역과는 관계없이 어느 역무실에서도 발급을 받을 수 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