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병맥주에서 발견된 유리조각의 원인규명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병맥주에 입을 대고 마시는 순간 유리조각이 묻어났다"며 불량제품 유통이라고 지적한 반면 업체 측은 "보건당국의 조사결과 회사 측 잘못이라고 밝혀지지 않았다"고 맞섰다.
17일 서울시 화곡동에 사는 황 모(여.43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3일 오비맥주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호가든 맥주'를 마시다 유리조각까지 마시게 됐다며 사실규명을 요청했다.
황 씨는 지난달 17일 집 근처 마트에서 즐겨 마시던 병맥주 '호가든(330ml)'을 구입해 냉장고에 보관해 뒀다. 3일 뒤 병뚜껑을 따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목에서 까끌한 이물감이 느껴졌고 입술 주변에도 부슬부슬 유리조각이 묻어났다는 것이 황 씨의 설명. 밤 늦게 맥주를 마셨던 터라 다음날에야 회사 측으로 연락해 사후조치를 당부했다.
하지만 오비맥주 측은 소비자 부주의로 병뚜껑을 따다 깨진게 아니냐며는 무성의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측 태도에 실망한 황 씨는 구청 위생과에 신고 후 2주일 가까이 기다렸지만 '원인규명 불가'라는 판정이 전부였다.
황 씨는 "제조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호가든'의 병에서 유리조각이 나왔는데 식약청은 '이물이 유리조각인 것은 맞지만 제조나 유통과정에서 혼입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모호한 조사결과서만 달랑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황 씨는 "이물질이 유리조각으로 판명됐고, 서울식약청에서 광주식약청으로 조사과정 중 병입구에 묻어있던 유리파편도 거의 없어졌다"면서도 "지금도 손으로 병입구를 만져보면 우둘투둘한 게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데 식약청이 오비맥주 편만 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다른 맥주와 달리 호가든은 재활용 병이 아닌 새 병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량여부 검사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이미 식약청에서도 현장조사를 거쳐 문제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한 이상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것까지 모두 제조사에서 책임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 씨는 "제조든 유통과정이든 오비맥주 제품에서 유리 파편이 나왔다면 회사 측에 총체적인 책임이 있는게 아니냐. 업체 측은 식약청 조사결과만 앞세워 맥주병의 불량여부를 조사하기는 커녕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