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사태’를 계기로 그간 숨겨져 왔던 금감원의 ‘참혹한’ 실체가 드러났다. 금융회사를 가장 엄정하고 투명하게 감시․감독해야할 금융감독 기관의 실상은 ‘양파금감원’ ‘비리종합선물세트’를 방불케 하고 있다.
검찰은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조사하던 중 금융당국의 부실검사와 검은 유착관계를 밝혀냈다.
특히, 금감원 전․현직 간부들은 저축은행으로부터 각종 부실을 묵인해주는 댓가로 억대 뇌물을 받고 심지어는 매달 정기적인 뒷돈을 받기까지 했다. 또한 금감원 퇴직자들은 저축은행 감사나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겨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대신 억대연봉을 보장받았다.
실제로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했던 금감원 대전지원 수석검사역 이모씨는 저축은행으로부터 1억원의 돈을 받고 ‘봐주기 검사’를 한 사실이 발각돼 지난 11일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맡았던 금감원 수석조사역 최모 씨도 200억원대의 대출알선 댓가로 6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6일 구속기소됐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간의 유착과 비리는 비단 금감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도 은행․보험․증권사의 고문과 감사, 사외이사 등에 대거 포진해있다.
34개 주요 금융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145명 가운데 은행(6곳) 43명, 증권(9곳) 40명, 보험(6곳) 25명, 저축은행(7곳) 17명 등 61명이 정·관계 고위직 출신이다.
또한 전․현직 금감원과 금융위 고위층의 회전문 인사와 전관예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유명 법무법인(로펌) 취업과 유착문제 역시 도를 넘어섰지만 해당 법률회사의 영업 규제나 그동안 맡았던 사건의 불법성 여부 등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연루된 관련자 처벌은 물론 금감원, 금융위의 낡은 인사 관행과 제도적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감원에서 저축은행 관련 임직원들을 상당부분 교체하고 금융사 감사취업을 제한하는 등 조직쇄신을 단행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정부도 금융감독 시스템 전면 손질을 위한 TF를 출범하고 금융당국에 집중된 ‘감독/검사권’을 한국은행에 분배, 금감원 출신의 금융사 낙하산 인사 관행 제한 등을 논의해 6월까지 대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한 달’이란 기간 동안 얼마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저축은행 부실감독 책임을 금감원이 ‘나홀로’ 몰매를 맞고 있다는 점과 자율시장기구인 금융당국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축소될 수 있다는 비판, 금융당국 전․현직 임직원의 ‘경력세탁’을 통한 금융사 취업 등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심수습용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금융관료 집단에 대한 효율적 감시와 통제, 금융회사와의 유착관계 근절, 금융공공성 실현 등 3가지 관점에서 금융당국의 전면적인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신뢰회복은 커녕 더 큰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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