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에 맡긴 위탁 수하물이 분실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국제항공운송규칙에 따르면 항공사는 수하물 분실 시 킬로그램 당 미화 20불을 배상해야 한다. 위탁 수하물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여객에게 인도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기준은 마찬가지다.
다만 화폐, 보석류, 미술품, 서류, 또는 기타 귀중품 등은 운송제한물품에 해당돼 위탁 수하물로 운송할 수 없으므로 항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수하물 보안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내로 옮기는 과정 등 전 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국내 항공사 관계자의 입장.
‘수하물의 일부만 분실해도 보상이 가능한지’, ‘운송제한물품의 품목은 무엇인지’, ‘경유 항공을 이용했을 경우 수하물에 대한 책임은 어느 항공사가 지는지’ 등 위탁 수하물 운송 및 분실과 관련한 규정을 꼼꼼하게 챙겨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수하물 '일부' 분실, 보상 가능할까?
18일 경남 창원시 대방동의 김 모(남.35세)씨는 작년에 이어 최근 또 수하물의 일부를 분실했지만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을 이용한 뒤 위탁 수하물 중 일부인 고가의 선글라스를 분실했던 김 씨는 며칠 전 또다시 선글라스, 면도기, 배터리 충전기 등이 사라진 짐을 돌려받았다.
항공사 측에 항의했지만 “캐리어의 외부가 파손된 흔적이 없어 관리 소홀로 분실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같은 일이 벌써 두 번째인데 항공사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관련 피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항 내에서는 수하물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지만 기내로 옮기는 과정 등 수하물이 옮겨지는 전 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는 다른 항공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증거도 없이 수하물의 일부가 분실됐다는 소비자의 주장만을 믿고 손해부분을 배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만약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분실 우려가 있는 귀중품의 경우 위탁 수화물로 접수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 항공기 갈아 탄 경우 분실 수하물 배상 책임은?
구미시 임수동에 사는 이 모(남.33세)씨는 지난 달 여행을 마치고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출발, 상파울루와 독일의 프랑크푸루트를 경유해 서울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공항에 도착해 수하물을 살펴본 이 씨는 황당했다. 여행용 가방을 묶어뒀던 보호벨트는 풀려 있었고, 가방 안은 누군가가 이미 뒤진 흔적까지 발견됐던 것. 심지어 선물로 사온 고급 향수와 무선 인터넷 공유기 역시 사라진 상태였다.
이 씨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지만, 상파울루와 프랑크푸루트를 경유하며 두 군데의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대체 어느 곳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확인 결과, 경유 항공권을 이용한 승객이 수하물을 분실했을 경우 최종 항공사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다만 이전 항공사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사실이 입증됐을 경우에는 해당 항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씨가 이용한 최종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코리아 관계자는 분실 수하물과 관련해 “분실된 물건 품목과 가격에 적힌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절차에 따라 피해액에 대한 배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항공기 수화물 분실..“귀중품은 넣지 말랬잖아”
부산 남구 감만동에 사는 배 모(남.30세)씨는 최근 태국여행을 갔다가 수하물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타이항공을 이용했던 최 씨는 태국공항에 도착한 뒤, 수하물이 분실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분실접수를 한 최 씨는 하루 만에 수하물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가방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고가의 선글라스와 카메라가 사라지고 빈 케이스만 남아 있었던 것.
당황한 최 씨가 다시 항공사 측에 항의하자 분실된 물품의 영수증을 제출하면 배상받을 수 있다는 답변. 하는 수 없이 여행 내내 선글라스와 카메라도 없이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최 씨는 태국에서 돌아와 곧장 항공사로 영수증을 보냈다.
하지만 타이항공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선글라스와 카메라의 경우 운송제한물품이므로 배상책임이 없다”는 것.
최 씨는 “내용물은 빼고, 빈 케이스만 수하물로 보냈을 리가 없지 않느냐”며 “여행도 엉망이 되고, 분실물도 배상받지 못해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타이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운송약관 뿐 아니라, 항공사 홈페이지에도 귀중품은 위탁 수하물로 보낼 수 없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며 “분실 위험이 있으므로 운송을 제한한 것이므로 이용자 스스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단, 수하물 및 기타 소지품이 고가일 경우 그 가격을 사전에 신고하면 분실 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