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을 앞세워 시장에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작은 거인' 박 부회장이 이번에도 목표한 과녁에 제대로 도달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급 최강' '베가 레이서'
박 부회장은 19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현존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베가 레이서'를 선보였다.
'베가 레이서'는 세계 최초로 퀄컴 1.5GHz 듀얼코어를 탑재해 속도를 높였고 1GB DR2 RAM메모리를 장착함으로써 멀티태스킹 능력 또한 한층 강화했다. HSPA+ 14.4Mbps를 지원, 속도감을 느낄 수 있고 '시크릿뷰 액정표시장치(LCD)'를 국내 최초로 적용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는 편의성도 갖췄다. 이 밖에도 지상파 DMB, 자이로센서, NFC(근거리 무선 통신) 또한 빠지지 않고 실려 있다.
스펙만 놓고 본다면 경쟁 제품인 '갤럭시S2'를 압도하고 있다.
이응준 팬택 상품기획팀장은 "기존의 2세대 베가('베가S')에 비해 CPU 속도는 2.5배, 그래픽처리속도는 2.2배 향상됐고 경쟁사 모델과 비교했을 때도 많은 벤치모델 평가 결과 동등 이상의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옵티머스2X'는 아예 경쟁대상이 아니라 비교조차 하지 않았다"며 "'갤럭시S2'와 비교했을 때 웹브라우저 검색에 주로 사용되는 CPU 속도에서는 앞서 있고 그래픽 속도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동등 이상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팬택의 이런 자신감은 그동안의 개발과정에 기반한다. 이날 상영한 메이킹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베가 레이서'는 원래 1.2GHz 듀얼코어로 출시하려 했으나 삼성전자 '갤럭시S2' 공개 이후 급히 계획을 수정했다. '최고의 성능'으로 승부를 보고자 했던 박 부회장의 의지와 3개월 동안 밤샘작업에 매달린 연구진의 노력으로 최고 사양의 '베가 레이서'가 결실을 본 것.
◆박병엽호의 야심찬 하반기 계획
팬택은 박 부회장 특유의 은근과 끈기로 강력히 무장, 하반기 스마트 기기 시장의 맹주를 노리고 있다.
우선 이번에 출시된 '베가 레이서'로 국내 100만대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300만~5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임성재 팬택 마케팅본부장은 "국내 목표로 제시한 100만대는 최소한 그 정도는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해외에서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차별화 전략을 세워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팬택은 이번에 출시되는 '베가 레이서' 이외에도 6월에는 5인치 태블릿 폰, 연말에는 태블릿PC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태블릿PC 시장은 이미 애플 '아이패드 1, 2'의 선점과 삼성 '갤럭시탭'의 추격으로 뚜렷한 양강체제를 형성, 후발 사업자가 끼어들기 어려운 상황. 실제로 모토로라의 야심작 '줌'은 시장 안착에 실패했고 LG전자의 '옵티머스 패드'는 아예 국내 출시 계획을 백지화한 상태다.
이런 부담스런 상황에도 박 부회장은 태블릿PC 출시에 애정을 갖고 직접 챙기고 있다. 스마트폰에서의 빠른 추격전을 태블릿PC시장에서도 이어갈 계획이다.
박 부회장의 마지막 카드는 4G LTE 스마트폰이다. 팬택은 오는 7월 미국 버라이존을 통해 첫 LTE 스마트폰인 '브레이크 아웃'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통신사들의 망 준비가 완료되는 10월경 출시할 계획이다.
이준우 기술전략본부장은 "팬택의 전략은 안드로이드 OS에 올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다가올 LTE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빠른 대응"이라며 "LTE 스마트폰의 경우 국내에서는 경쟁사들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분기 실적은 좋았다, 재상장으로 이어질까?
팬택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0% 증가한 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늘어난 5천479억원이었다.
이로써 박 부회장은 지난 2007년에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15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계속되는 흑자행진은 박 부회장의 '스마트폰 올인' 전략에 기인한다. 박 부회장은 올해 초 국내 출시 단말기의 90% 이상을 스마트폰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했고 그에 따라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이번에 출시되는 '베가 레이서', 10월께 출시될 LTE 스마트폰, 연말의 태블릿PC 출시로 매출에 탄력을 받는다면 팬택은 올해 더욱 가파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박 부회장 또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1천500만대를 판매해 3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팬택이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박 부회장의 재상장 공언이 힘을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9월 실적발표회에서 "늦어도 2012년까지는 재상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2007년 4월 상장 폐지된 이후 오뚝이처럼 부활하고 있는 팬택은 지난해 1천107만대의 단말기를 판매, 2조7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팬택이 팬택앤큐리텔과 합병한 지 3년째가 되며 '합병기업 재상장 조건'을 채우는 해라 재상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부회장과 팬택에 있어서 올해는 창립 20주년이자 워크아웃을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해다. 최초·최고의 승부수를 고집하는 박병엽號가 또 한 번의 신화를 써내려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