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제품에 실증이 나거나 고장 등으로 새 제품을 구입해야 할 때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문구 '보상판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상당수의 업체들이 책정한 보상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자사의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굴지의 대기업들 역시 보상판매와 관련해선 짠돌이 행색을 보이기는 마찬가지.
소비자들은 "보상판매도 결국 하나의 장삿속일 뿐이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위한 배려인 척하는 업체들의 상술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분개하고 있다.
◆ 쥐꼬리만한 보상금액에 '가입유지' 내건 옴니아2
25일 충남 당진군 송악읍에 사는 박 모(남.31세)씨는 지난해 6월 옴니아2를 구입한 후 잦은 오류와 이상 기능으로 오랫동안 속앓이를 해왔다. 이유없이 통화가 종료되는 가하면 화면 멈춤 현상, 속도 저하, 어플 오류 등 종류도 다양한 이상 증상이 끊이 없이 나타났던 것.
혹시나 싶어 인터넷 창에 ‘옴니아2’를 검색해보자 수많은 이용자들이 동일한 증상을 겪고 있었고 고가의 쓰레기 폰이라는 뜻에서 ‘옴레기’라 별칭까지 붙어 있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이같은 상황을 알지만 사실상 문제 해결에 손놓고 있다는 사실도 더불어 전해 들었다.
박씨가 애물단지 옴니아2를 들고 씨름하던 지난 4월 27일 SK텔레콤이 보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본 박 씨 크게 실망했다. 비싸게 주고 산 기기의 보상 가격이 겨우 20만원에 불과한 것.
더구나 조건마저 까다로웠다. 현금 지급은 불가능하고 반드시 삼성전자의 갤럭시S2, 갤럭시Tab 등의 기기를 구입 후 개통해야만 보상이 가능했다.
더욱이 기기를 반납하지 않거나 이미 개통을 취소하고 타 기기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도 보상에서 제외됐다.
박 씨는 “80만원 상당의 기기에 겨우 20만원을 보상하면서 계속 같은 회사 제품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라면 너무 가혹하다”며 “그나마 기기를 분실하거나 피해만 보고 딴 기기로 갈아탄 소비자들은 뭐란 말이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20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기존 및 기변 단말기 할부금, 잔여위약금, 통화료 등 사용요금을 감안해 산정한 것”이라며 “모든 조건을 만족 시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러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결점 투성이 태블릿PC 보상가 15만원…누구코에 붙여?
용인시 이동면에 사는 김 모(남.40세)씨에 따르면 그는 국내 최초의 태블릿PC라는 타이틀을 걸고 출시된 아이덴티티탭을 생산한 엔스퍼트의 행보에 불만이 가득 쌓여있다.
제품 사용중 수많은 하자가 발생해 허탈해 하는 사이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던 ‘보상판매’마저 기대에 턱없이 못미쳤기 때문.
엔스퍼트는 3월 말경 뒷판을 만졌을 때 액정이 울렁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아이덴티티탭 사용자 중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 등록을 마친 경우 15만원의 전자쿠폰을 지급하겠다고 알렸다.
엔스퍼트에 따르면 전자쿠폰은 아이덴티티탭의 최신 버전인 ‘클론’ 모델을 구입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클론’의 판매가격은 53만원으로 책정됐으며 보상판매 기간은 4월말까지였다.
하지만 보상판매와 관련된 세부 내용 확인한 김 씨는 “구입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제품을 15만원에 헐값 보상하고 이를 새제품 판매로 연결시키는 것은 소비자를 2번 우롱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현재 아이덴티티탭의 공식 사용자 카페에는 엔스퍼트 측의 이번 조치에 대한 성토의 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김 씨는 “수많은 약속을 어기며 사용자를 애태운 업체가 겨우 이정도 보상으로 생색을 내는 것에 어이가 없다”며 “소비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현재 책정된 가격의 2∼3배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엔스퍼트 관계자는 “시판 되는 기기에 대해 높은 보상가를 매기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지만 보상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아 가격 책정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내부사정으로 아이덴티티탭 차기 버전인 ‘클론’의 출시가 늦어지는 바람에 아직까지 보상판매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 측은 보상판매 가격 조정 역시 신제품 출시 일정에 맞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2년만에 고장 난 260만원 소니TV, 보상액 고작70만원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사는 최 모(남.45세)씨도 최근 고장이 난 소니코리아 TV(KDL-46W4000)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 당시 260만원에 구입한 TV가 무상보증기간이 막 지난 지난해 10월 망가져 버린 것. 화면 중앙과 우축 하단에 네모난 모자이크가 생기더니 시간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졌다는 것이 최 씨의 설명이다.
'패널 고장'이라는 판정을 받은 최 씨는 수리비용 등을 확인하고자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마침 이런 소비자들을 위한 보상판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가까운 소니매장을 찾은 최 씨에게 판매원은 "TV를 반납하면 출시된지 6개월 가량 지난 52인치 TV를 70만원 상당 보상받아 구입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구입한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TV를 구입가의 1/4 수준에 넘겨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어 최씨는 다시 수리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재생 패널일 경우 70만원, 새 패널일 경우 무려 160만원의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는 고객센터 측의 설명에 기겁했다.
최 씨는 보상판매와 관련해 자신의 TV에 책정된 가격이 재생 패널 가격과 똑같다는 것, 나아가 당시 중고로 150만원 가량에 팔리고 있던 TV의 패널 하나를 교체하는데 이보다 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최 씨는 “260만원에 달하는 TV를 70만원에 수거해 특정 부품을 재활용하고 수거 가격에 다시 판매하는 것은 업체 측의 횡포”라며 “보상판매라며 생색내고 뒤로는 장사속을 내비치는 업체의 태도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최 씨가 AS 기간이 종료된 제품에 대해 무상 수리를 요청해와 기존 제품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보상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안내했다”며 “보상판매는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구입 당시의 가격과는 무관하게 새로 구매하는 제품과 관련해 금액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