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명하복이 핵심인 조직에서 부하직원이 총수의 사퇴까지 거론하는 상황에 맞닥뜨리자 이 청장은 28일 “향후 조직 쇄신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조직 추스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이 이 청장의 소환 조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실제로 경찰 총수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택순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경찰청 고위간부들과 전국 지방경찰청장 등 주요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휘부 회의를 열고 “우리가 수사할 수 있었지만 진정성을 위해 검찰에 (추가 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다. ‘감찰 조사를 검찰에 맡긴 것은 조직을 팔아먹은 행위’라는 비난 여론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이 청장은 그러나 사퇴 여부와 관련해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 청장은 지금 상황이 사퇴를 더욱 힘들게 하며 절대 사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은 이 청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퇴 압박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토론방 등을 통해 경찰의 명예 실추와 조직 사기 저하의 원인이 이 청장에게 있다며 성토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이 청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나서 문제를 정리하지 않는 이상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대학 1기로 후배들의 신임이 두터운 황운하 총경(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이 지난 26일 사이버경찰청 경찰관전용방에 이 청장의 사퇴를 골자로 하는 글을 올린 뒤 이 청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황 총경은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글에서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조직의 총수는 모든 걸 떠안고 용퇴를 결정하는 것이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사퇴하고 서울청 수사부장과 남대문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이 직위 해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조직의 수장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이버 경찰청 경찰 전용방 게시판과 무궁화클럽, 폴네띠앙 등에는 일선 경찰들의 분노에 찬 글들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관리자가 삭제를 하고는 있지만 비판글이 올라오는 속도를 감당못할 정도다. 아이디 ‘죽림누필’은 경찰의 감찰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월 25일을 ‘경치일(警恥日)’로 규정했다.
그는 “주권을 팔아먹은 것과 다를 바 없는 모반이다. 감히 조직원들을 배신하고 조직을 팔아 먹은 자가 누군지 알아야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도 “이미 이 청장은 조직원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며 “쇄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때 더 이상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성토했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