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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 급등에 생계형 기름 도둑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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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 급등에 생계형 기름 도둑 기승
  • 헤럴드경제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6.0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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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주ㆍ건설업자 경유도난 방지 안간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경유값(6일 현재 ℓ당 1239원)이 치솟으면서 기름을 훔쳐 팔려는 생계형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절도를 막으려는 운전자의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더해진 유가 상승으로 한숨 짓고 있던 화물차 운전자와 중소규모의 건설업주는 절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차량을 개조하는가 하면, 공사 현장의 경비를 강화하는 등 ‘경유 사수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전북 완주에서는 60여차례에 걸쳐 화물차의 유류통 뚜껑을 열고 경유를 빼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또 경기도 안성에서는 포클레인 등 건설중장비 등에서 경유를 훔친 절도범이 구속되는 등 경유 절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적이 드문 새벽 덤프트럭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호스 등을 이용해 경유를 뽑아내다 적발됐다. 절도범 입장에서 한 번에 400ℓ 정도(시가 50여만원 상당)까지 훔칠 수 있는 중장비는 범행대상으로 안성맞춤인 셈.

이에 따라 그렇잖아도 “기름값 내면 남는 게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는 중장비 운전자는 경유 절도를 막기 위해 갖은 묘수를 짜내고 있다. 자물쇠로 주유구를 막아야 하는 구형 덤프트럭 운전자가 주유구 마개에 자물쇠를 두개씩 채우는 것은 기본. 최근에는 아예 차량을 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화물칸과 주유구 사이에 동그란 모양의 철판을 붙여 주유구를 틀어막은 것. 이렇게 하면 운전자가 화물칸을 올리지 않으면 주유구가 아예 보이지도 않고, 절도범이 손을 대기가 불가능하다. 경기도 남부 지방 일대에서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김홍주(41) 씨는 “경유 도둑이 많다는 얘기에 불안해서 얼마전 20만원을 들여 철판 덮개를 달았다”며 “동료도 대부분 절도 방지를 위해 손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운전자 심정봉(38) 씨도 “50만원을 주고 만땅(가득)으로 채운 기름을 밤새 도둑맞은 적이 있다”면서 “홧김에 아예 차량을 개조해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덤프트럭과 달리 개조가 거의 불가능한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 운전자는 특별한 방지책이 없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이들이 짜낸 고육지책은 이른 아침에만 주유를 해서 사용하고, 일과가 끝나면 중장비에 기름이 텅텅 비게 만드는 것. 주유소에서 소장을 맡고 있는 구자현(29) 씨는 “예전에는 중장비 운전자 대부분이 밤에 주유를 하고 아침에 일을 나갔는데, 최근에는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 몰려와 아르바이트생의 출근시간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건설현장이나 지방의 버스업체와 같이 자체 내에 경유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들은 경비까지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지역의 소규모 건설업체인 지웅건설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 사람을 써서 밤에 경비를 세우고 있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기름까지 털리면 망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경찰 관계자도 “농가의 하우스나 건설용 중장비의 경우 최고 수천ℓ에 달하는 대량의 유류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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