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이달말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조선용 후판 가격 등 해묵은 갈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최근 1~2년 사이 국내 철강업계의 조선용 후판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조선업계는 국산 후판 가격 인하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철강 3개사 영업담당자들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5개 조선사 구매담당자들이 오는 31일 회동한다.
이번 회동은 조선용 후판의 생산자 및 수요자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양 업계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상생협력을 해 나가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후판 가격 및 외국산 철강재 수입 문제 등이 다뤄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조선용 후판 시장은 최근 2~3년간 국내 철강사들의 증설이 일제히 이뤄진 가운데 일본·중국산 저가 철강재 등이 대량 유입되면서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했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간 국산 후판 생산량은 91만2천565t에 달했다. 이에 중국, 일본으로부터의 후판 수입량은 34만2천464t에 달했다. 수입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산 후판 재고량은 44만6천605t을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후판 수요가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중국산 등 저가 제품으로 대체되면서 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철강재고량은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하반기 들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판매점이 보유한 유통 재고량도 한 때 2008년 말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창고에 팔리지 않은 철강재가 그만큼 쌓였다는 말이다.
원가 압박에 시달리는 조선사들은 철강업계에 후판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원료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위축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철강업계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철광석, 유연탄 등 철강 원재료 가격이 10∼20%이상 하락한 점을 들어 조선용 후판 가격을 t당 10만원 이상 낮춰달라고 요구해왔다.
현재 조선용 후판 기준 가격은 t당 111만원. 실거래가는 할인을 적용해 기준가보다 10만∼2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밀려들고 있는 중국산 저가 후판 가격은 80만원 후반대에서 90만원 초반이다. 공급과잉의 일본산 가격도 이와 비슷하다.
조선업계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후판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현대제철이 신규로 후판시장에 진입하며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2009년부터 세계 조선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후판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등 생산규모를 늘려온 터라 타격이 크다. 실제 올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사의 후판 생산 규모는 2009년에 비해 500만~600만톤 증가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기불황 속에서 수익성이 둔화된 조선업계는 원재료(후판 등 철강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선가 하락을 해양 플랜트 수주로 버텨왔지만, 최근에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수주 감소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주취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원가절감이 절박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철강업계도 주요 거래처인 건설 및 자동차, 조선업계가 경기불황으로 수익성이 둔화된 상태라며 가격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조선사들이 일부 범용제품의 경우 중국산을 수입하는 등 대체 비중을 늘리고 있고, 이런 상황이 국산제품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최소마진만 남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질적인 과잉생산의 중국, 내수침체의 일본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저가로 밀어내는 수입산이 국내 후판가격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