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성공과 오는 3월 농협의 금융지주사 출범 등으로 은행권 내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이 상반되는 경영전략을 구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진출 외국계 은행은 덩치를 줄이고 있는 반면 토종은행들은 확장 경쟁에 나서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외국계 은행 위상은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국내 은행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선 반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지점폐쇄 및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진출 외국계 은행들은 갈수록 군소은행으로 위축되고 있고 실적 또한 부진해 한국시장에서의 설땅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경우 최근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1년여의 노력 끝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지주사 빅4'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행장 김정태)과 기업은행(은행장 조준희), 농협(신용부문대표 김태영) 등 은행권 4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그간 자산 규모상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행장 조준희)에 밀려 5위에 그쳤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외국환과 수출입금융 부문의 최강자인 외환은행을 인수, 300조원대의 자산과 막강한 해외 영업력을 갖추면서 4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자산규모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기업은행 역시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업은행은 가장 큰 장점인 중소기업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획기적인 상품개발과 영업력 강화를 통해 기업ㆍ개인고객 각 100만ㆍ1500만 달성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2일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는 농협이 경쟁에 본격 가세할 전망이다. 농협은 수도권과 농어촌 할 것 없이 전국에 1160여개의 영업점를 보유하며 시중은행 못지않은 막강한 영업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총자산 223조원 규모로 농협금융지주사가 출범하면 우리․KB․신한․하나금융지주와 더불어 자산규모'빅5'로 도약할 수 있다.
국내 대형금융지주사들은 보험․증권 등 비은행 부문 확대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우량 매물로 꼽히는 ING생명보험과 관련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이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국내 금융권이 은행 및 비은행 부문 확장경쟁에 나선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오히려 지점 통폐합 등 축소 움직임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C은행(은행장 리처드 힐)은 지난달 11일 소매금융본부, 기업금융본부, 인사부, 재무부 등 주요 본점 부서들의 하부 조직을 통폐합하거나 재편성하고 본점 직원 중 160여 명도 각 계열사로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기존 16개 영업본부는 5개로 축소되고 38명의 영업본부장 아래 각각 2~3명의 소수정예직원들로 구성된 미니점포를 신설해 '개별 영업체제'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노조 파업 등으로 6개월간 문을 닫았던 15개의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SC은행의 영업점은 총 392개 영업점에서 377개로 줄어들었다. SC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영업점 27개를 통폐합한 바 있다.
SC은행은 앞서 지난해 12월말 전체 직원의 12%에 해당하는 800여명에 대한 대규모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SC은행 측은 조직 슬림화 배경에 대해 부서 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국시장에서의 위상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SC은행 사측과 노조 측은 2010년과 2011년 임금단체협상에 착수, 2% 임금인상안에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성과연봉제 도입과 상설 명예퇴직제도 폐지, 후선발령제도 전직원 확대 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도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이 경영난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함에 따라 긴축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 씨티그룹은 최근 씨티은행에 6000만달러(674억원)규모의 비용 감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지점 개설 중단은 물론 점진적으로 인건비, 마케팅 비용 축소에 나설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15개 지점 신설 등 향후 3~4년 안에 90개의 지점을 늘려 총 300개 지점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전면 중단한 상태다. 또 지난해 12월말 100여 명을 감원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전면 백지화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씨티그룹 차원에서 명예퇴직 얘기가 나왔는데 다른 나라(1~2개월분) 보다 명예퇴직 비용이 비싼 한국에서 굳이 할 필요가 있겠냐는 의견이 많아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안다"며 "사측에서 구조조정이나 부서간 통폐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다만 광고비를 줄이는 등의 비용감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