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거나 적자전환하는등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업체들 한편에선 대박 성적표로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곳도 적지 않다.
실적 희비의 원인은 바로 원자재 가격. 특히 지난해 급격히 상승한 국제 곡물가격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폭탄을 피해간 식품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극명한 격차가 벌어진 것.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대한제분과 사조해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은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거나 아예 적자전환 되는 등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것. 두 회사 모두 순이익도 90% 이상 급감했다.
사조해표는 곡물가·육가·어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익은 전년 대비 69.9% 하락한 59억6천6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96.9% 급감한 4억5천500만원에 그쳤다. 매출액만 5천348억원으로 전년 보다 10.3% 늘었다.
사조해표의 주력 사업 부문인 유지류·대두박·참치등이 모두 국제 곡물가 급등의 태풍권에 있었던 탓이다.
대한제분도 마찬가지. 대한제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억2천400만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더불어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93.1% 감소하며 24억원에 그쳤다. 제분산업의 주원료인 원맥 가격 등락이 심해졌고 환율상승으로인한 환차손도 한몫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 폭탄을 피해간 식품기업들의 실적엔 미소가 번졌다. 샘표식품과 대상은 각각 지난해 ‘화려한’ 실적을 과시하며 올해 시장공략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59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배 늘었다. 매출은 2천263억원으로 15.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637억원으로 117.1% 많아졌다.
실적 호조의 주원인은 식초음료 ‘백년동안’의 선전. ‘백년동안’은 65년 업력의 간장사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샘표의 전략 상품으로 일약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출시 초기 7~8억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만 310억원을 기록했고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한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마시는 식초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아 경이적인 영업익 성장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대상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2.2% 증가한 9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5.8% 증가한 1조3천929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이익도 110.9% 늘어나 568억원을 기록했다.
대상의 효자상품도 역시 마시는 식초인 홍초였다. 대상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호조의 주원인은 효자 품목인 ‘홍초’의 선방과 더불어 사실상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시는 홍초’는 특히 지난해 일본 수출이 전년 대비 40배 증가하는 등 글로벌 부문에서의 활약도 컸다. 홍초의 매출액은 지난해 538억원에서 올해 800억원으로 급증했다. 홍초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대상 관계자는 “홍초 중 가장 판매율이 높은 석류는 이란산으로, 안정적인 원자재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밖에 밀가루 등 국제곡물 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는 쌀로 만든 고추장도 매출에 기여했다. 대상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상승 국면이었던 쌀 가격이 중반 이후 하락하며 고추장의 안정적 매출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가격 인상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압박으로 여의치 않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일 ‘식품기업 신년 교류회’에 참석해 “터무니없이 값을 올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활당관세를 부여하지 않는 등 강력 응징하겠다”고 강력한 가격 안정 의지를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