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조원의 지원금 중 상장․비상장 주식 2조원(현물)을 농협금융지주회사에 직접 출자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농협중앙회는 유동화가 가능한 주식을 중앙회에 출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주사 출범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한편, 농협 노조 등 관련단체들은 지주사 출범 연기와 농업협동조합법 재개정을 촉구하고 나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출자방식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차가 커 예정일에 맞춰 지주사 출범을 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장관 박재완)는 기업은행 등 상장주식과 산업은행, 한국도로공사 등의 비상장 주식을 농협금융지주에 직접 출자하는 방안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정부가 금융지주로 직접 출자할 경우 자율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농민지분이 90%에 육박하고 중앙회에 출자할 경우 신․경분리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법 개정안에 따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3월 2일 이전에 정부가 지원금을 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며 "이미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현물출자 등 5조원을 중앙회에 지원하기로 확정한 만큼 정부가 조속히 이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 관계자는 "농협에 대한 정부의 현물출자 종목과 방식 등에 대해 금융위와 협의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며 "협의를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물출자 방식이 결정되더라도 절차 등이 남아 있어 농협지주사 출범일까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정부 방침만 확정되면 출범하는데 아무 런 영향은 없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금융계 내에서 정부의 지원방식이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국회는 당초 농협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해 현물출자 2조원과 3조원의 농업금융채권(이하 농금채) 발행 등 5조원을 정부가 지원토록 했다.
특히 농금채를 시장에서 팔려면 수개월이 소요돼 지주사 출범 시한을 맞출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연기금을 통해 농금채를 인수하도록 했지만 실상 국민연금 등 관련기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농협중앙회는 유동화가 가능한 2조원의 현물출자를 요구한 반면 정부는 출자종목에 한국도로공사와 같이 유동화가 불가능한 비상장 주식을 포함시킨데다 출자처도 농협중앙회가 아닌 금융지주에 직접 출자할 경우 '농업협동조합'을 주식회사로 전락시켜 정체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농협은 예정대로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추진비를 상당수 차입을 통해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비용은 총 27조2천억원인데 현재 농협이 보유한 자본금은 15조원으로 나머지 12조 2천억원은 정부지원과 차입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의 농협법은 금융 사업에 치중돼 있을 뿐 본래 목적인 '농협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등 관련단체들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협동조합 해체법안인 농협법 시행을 중단하고 국회는 올바른 농협법 개정을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농협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정부 방식대로 할 경우 협동조합은 정체성을 잃고 주식회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지주사 출범을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범 시기를 연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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