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부품사업 경쟁력 강화의 칼을 빼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2개월간의 출근 공백 뒤 서초사옥에 나온 이 회장의 부품 화두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도 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사장의 역할론이 부상되며 후계 확정을 위한 마지막 시험대 마련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의 합병 관련 유가증권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 중"이라는 긍정적 답변을 했다.
SMD 합병설은 작년부터 줄곧 증권가 이슈로 등장했지만 삼성 측은 번번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었다. 처음으로 흡수합병 가능성이 공식화된 셈이다.
오는 4월에는 삼성LED 합병도 앞두고 있다.
연내에 SMD를 끌어안게 되면 삼성전자 부품사업부는 반도체와 LCD, LED, OLED 등 주요 사업을 모두 포괄하는 대형조직으로 거듭나게 된다.
사실 이 회장의 부품 화두는 올 초 구상으로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이미 작년 상반기부터 물밑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부품부문 권오현 부회장은 작년 7월 반도체사업부 사장에서 LCD사업부까지 아우르는 DS사업총괄 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그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업무까지 총괄한 것으로 전해졌다.
9월 그룹 차원에서 삼성LED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했고 이후에는 권 부회장의 관할이 됐다.
SMD 합병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OLED를 확고한 시장 1위로 키우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이 부문에 올해 5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매출 10조원 가량의 SMD로서는 체력이 부족 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강화 배경에는 이재용 사장의 후계 수업을 위한 의도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최근 2~3년간 세트부문 최지성 부회장과 공조, TV, 휴대폰 등 완제품 사업 성공으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세트를 섭렵한 이 사장이 이번에는 부품사업을 일원화 한 권 부회장과 공조의 보폭을 넓힐 것이란 예상이다.
올 초 이 회장 71세 생일기념만찬에서 공교롭게도 이 사장은 권 부회장과 나란히 입장하는 등 긴밀한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권 부회장과 함께 부품사업을 일선에서 챙기고 2~3년 뒤 부품과 세트를 총괄하는 부회장직에 올라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부품은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생산효율이 중심이고, 세트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창조성이 중시되는 등 업의 본질이 달라 양쪽을 아우르지 않고서는 삼성을 이끌 수 없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작년 인사를 앞두고 이 사장의 거취에 대해 이 회장이 "승진은 없다"고 확고하게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어 이 회장은 올 초 자신의 생일잔치에 전례 없었던 부사장급 초대로 이 사장에게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단계적 후계 수업 후 승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에선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는 이 사장이지만 이건희식 수업을 통해 '준비된' 경영자로서의 인식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