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자의 동네는 참 바쁘다.
특히 동네 부동산은 여느 때보다 정신없이 분주하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새로운 개발 소식이 쏟아진 것도 아닌데 부동산이 호떡집 불난듯이 바쁜 것은 여기저기서 가게를 내놓으려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동네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이 들어서며 생긴 변화다.
홈플러스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동네에 들어선다는 사실은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 된 한 참 뒤다.
동네 소식통으로 통하던 부동산 업자들도 어쩐 일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매장 부지 공사도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됐다.
동네 중심부 꽤 큰 매장자리였기에 주변 상인들을 중심으로 이목이 쏠렸고 이내 대기업의 SSM 매장이 들어선 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변 상인들은 망연자실했고 무방비 상태에서 일어난 일대의 사건?에 비통이 끓었지만 결국 체념하고 부동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SSM이 오픈하자 손님들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 흡수했다. 매장도 깨끗하고 상품 구색도 잘 갖춰져 있고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라 무엇보다 쇼핑이 편리했다. 다른 동네에서의 경험치를 들어 알고 있는 슈퍼와 구멍가게 주인들은 풍비박산돼 부동산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됐다.
가게 주인들은 권리금도 한 푼 받기 힘든 상황이 돼버려 아예 하루 빨리 정리하고 살 길을 모색하는 게 그나마 방법이라며 점포 팔기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아우성이 기존 구멍가게나 수퍼를 운영하던 사람들에게 그치지 않는 것이다.
세탁소 분식점 치킨 까페 주인들이 모두 넋을 놓고 있다. 다름아닌 SSM 안의 숍인숍 때문.
골목에 자리잡고 있던 이들 업종이 모두 SSM 안에 자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들이 소자본을 투자해 할 수 있는 사업이 모조리 SSM안에 흡수돼 버렸다. SSM 1개가 동네 골목상권의 총집합체가 돼 버린 셈이다.
SSM이 진출하면 골목상권은 폐허가 되고 영세상인의 무덤이 된다는 기사가 기자에게도 실감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곧 있으면 기자의 동네에 또 하나의 SSM이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 동네에서 오랫동안 만남의 장소였던 슈퍼는 한 대기업의 편의점으로 새 단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갑자기 예전에 읽은 고 박완서 씨의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생각난다.
물질문명과 역사의 소용돌이에 밀려 황폐화되는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예리하게 그려낸 책이다.
아마 내년쯤 경제연구소들이 새로운 보고서를 낼 것이다. 그 많던 영세상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신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