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사진)의 끗발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맨인 강 회장이 산은지주 회장에 낙하산 된 이후 굵직한 현안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정부의 레임덕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가 추진중인 주요 현안들의 성사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 회장 취임이후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추진과 연내 상장, 공공기관 지정해제 등 금융계의 부정적 여론에도 이를 강하게 밀어부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고 올해 총선에서 야당이 주도권을 잡을 경우 '산업은행 민영화'와 '연내 상장'의 꿈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강 회장이 연내 산은지주 상장(IPO)과 인수․합병(M&A)을 통한 민영화에 본격 착수하고 정부가 보조를 맞춰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한 것을 두고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소유 지분이 100%인 산업은행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반면 한국거래소는 제외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금융계는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산업은행 민영화' 달성을 위해 강만수 회장에게 물심양면으로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실 현 정부 실세이자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강만수 씨가 지난해 3월 차관급에 해당하는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내려오면서부터 산은에 대한 금융당국의 남다른 예우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산은지주가 강만수 회장 직전의 민유성 회장 체제 때와는 엄청나게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모신 대형급 인사다. 특히, 강 회장과 김 위원장은 산은지주의 숙원사업인 민영화와 구조개혁의 해법을 '메가뱅크'라는 큰 틀에서 모색할 만큼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강 회장은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간의 합병을 통한 동시 민영화를 추진하고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지원하려 했으나 결국 정치권과 여론의 반대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강 회장은 여전히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미련을 갖는 한편, 연내 증시 상장과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지점(11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산은지주는 지난 15일 국내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고했다. 오는 23일 오전 10시 서류를 마감하고 27일과 28일 이틀간 제안서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내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강 회장과 보조를 맞춰 올해 초 중기재정계획에 산은지주 지분 10% 매각 건을 반영하고 산은금융의 연내 IPO를 목표로 금융위, 기획재정부,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이 본격 협상에 착수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산은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의결했다.
이렇듯 정부의 '친산업은행' 행보는 과거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민간 출신인 민 전 회장은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카드사업 진출과 해외 진출, 외환은행 인수 허용을 정부 측에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가 민 전 회장 때와 달리 강 회장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은 정부 특혜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예전부터 추진했던 사안인데 최근 해제가 돼 영업 여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이를 민영화와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과 금융당국이 산은지주 민영화에 보폭을 맞추고 있지만 현 정부 내에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산은지주 상장과 민영화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고 총선과 대선 등 이슈가 많아 정치권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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