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시걸은 5년전 2명의 언론인을 협박하려 했다는 혐의로 시작된 FBI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데다 수사 과정에서 혐의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영화 배우로서의 경력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며 수사 오류에 대해 공개 사과할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
이번 사건은 지난 2002년 6월 20일 당시 LA타임스와 계약중이던 프리랜서 기자 아니타 M 부시가 자신의 차 앞유리가 부서진채 죽은 생선과 함께 `그만 두라(Stop)'는 메모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부시는 FBI에 "시걸과 그의 전 프로듀싱 파트너 줄리어스 낫소에 대해 취재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라고 진술했고 FBI 정보원은 마약 전과자인 알렉산더 프락터가 범인이라고 제보했다. 당시 정보원은 프락터와의 대화를 녹음했다며 FBI에 증거물로 건넸다.
FBI는 "시걸이 기자를 협박하기 위해 사립탐정 앤서니 펠리카노를 고용했지만 펠리카노가 나에게 일을 맡겼다"는 내용의 녹취 기록을 2002년 10월 법원에 제시한데 이어 2002년 12월에는 한 잡지사 기자 역시 총을 겨눈 한 남자로부터 협박받았으며 정보원은 "이 범인이 `존 로트거'라는 시걸의 오랜 친구라고 제보했다"면서 법원에 펠리카노 사무실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비공개로 돼있던 녹취 기록이 언론에 흘러나오면서 시걸의 범죄 의혹이 일반에 공개돼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FBI는 11월21일 펠리카노 사무실을 수색했음에도 역시 무죄를 주장한 로트거나 시걸과 관련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시걸은 기소되지도 않았고 수사 관계자들은 사적으로 취재진들에게 "시걸에 대한 어떤 납득할만한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공개적으로 시걸이 혐의가 없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1990년대만 해도 영화 티켓과 DVD 판매 등으로 영화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효과를 거두던 시걸은 "FBI의 무고행위로 인해 내가 언론인을 테러하고 마피아와 연계돼 있다는 수천건의 보도가 나왔으며 이런 종류의 선동적인 이야기들은 영화계 관계자들을 겁주게 돼 결국 내 경력을 말살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시걸은 펠리카노 스캔들이 터진 2002년 이전에 전성기를 지났으나 시걸의 주장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을 갖는다는 평가다.
1990년대에 블록버스터 `언더 시즈(Under Siege)' 등으로 정상을 달렸고 마지막 히트작인 2001년의 `엑시트 운즈(Exit Wounds)' 이후 10여편의 영화에 더 출연했으나 DVD 판매 수익은 모두 합쳐도 2천500만 달러에 불과한 형편.
할리우드에서 홍보담당으로 활약하는 하워드 브래그먼씨는 "이런 논란은 제작 업계를 긴장시킨다"며 "솔직히 시걸은 이 일이 터졌을때 전성기는 아니었지만 이런 혐의들은 확실히 그의 쇠락을 재촉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로라 에밀리어 FBI 대변인은 시걸의 요구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면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없는, 진행중인 사건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