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믿고 장착했던 블랙박스에 아무것도 녹화되지 않았다면? 황당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메모리 용량에 따라 블랙박스에 녹화된 파일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경우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사용방법 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6일 대전 오정동 김 모(남.38세)씨는 지난해 8월경 40만원가량에 구입, 설치한 블랙박스를 믿었다 낭패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8일 세차를 하던 중 차량의 보닛 부분에 50cm가량의 긁힌 자국을 발견한 김 씨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블랙박스 안의 파일을 모니터링했지만 아무런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업체 측으로 파일 분석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고시 증거자료를 남기기 위한 블랙박스에 녹화자료가 없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자 업체 측은 "사고가 생겼을 때 녹화, 저장되는 이벤트 폴더는 일정 용량이 채워지면 50%가 한번에 지워진다. 기기에는 아무 결함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김 씨는 "결국 차량을 긁고 간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정작 사고가 생겼을 때 제대로 녹화되지도 않는 블랙박스를 40만원씩이나 들여 구입한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용량이 채워지면 50%가 한번에 지워진다는 내용은 구입 시 안내받지도 못했다. 그럼 결국 사고 현장이 녹화되는 것은 운이 좋아야 '당첨'되는 수준이라는 말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 제품은 상시폴더와 이벤트폴더로 나누어 녹화, 저장이 된다. 이벤트 폴더는 70%의 용량이 채워지면 기존의 50%의 파일이 지워지고 리셋 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 측 설명에 따르면 급브레이크를 밟는 경우 등에는 '이벤트'로 인식, 저장된다. 결국 운전습관에 따라 이벤트 폴더가 많이 생기게 되면 저장시간이 짧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기기 이상에 대한 소비자 의혹에 대해서는 "기계 리셋 과정에서 녹화가 누락됐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고, 검사 결과 제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무엇보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항공기 블랙박스와 달라서 모든 사고에 대해 커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구입할 당시 이벤트폴더가 자동적으로 리셋되는 부분에 대해서 구입처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지만 성능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것만으로 환불을 요구할 수 는 없다"며 "소비자들은 구입 전 메모리 용량에 따른 녹화파일 저장 시간, 사용방법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구매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