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서 벌레 나오고 곰팡이 피는 원인은 모두 유통과정상의 문제라니...매번 똑같은 답변 뿐이니 원인규명을 요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가공식품에서 발견한 이물에 대한 제조사 측 조사결과 답변을 받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식품에서 벌레 같은 이물질을 발견하거나 곰팡이가 피는 등의 변질이 되면 일차적으로 제조업체 측에 민원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물의 유입 경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들을 수 있을 거란 소비자의 예상과는 달리 조사 결과는 매번 한결같다. ‘제조과정상 있을 수 없으며 유통과정상 유입으로 추정됨.’
오히려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을 정도.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2010년부터 식품업체들의 이물질 보고를 의무화해 원인규명을 하고 있지만 혼입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수다.
지난해 식품 이물질 관련돼 접수된 5천631건 중 유입 경로를 판명할 수 없는 원인불명이 55.7%(3천138건)에 달했다.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건수도 19.7%(1천109건)였다. 식품 이물의 종류로는 벌레가 50.3%(2천831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곰팡이 9.9%(557건)가 뒤를 이었다.
식약청 관계자는 “벌레는 제조 공정상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기 어려운 점등을 감안해 유통과정이나 소비단계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대체로 금속 등 포장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부피의 이물이 발견됐을 경우를 제조사 과실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과자는 파손 등을 줄인다며 이중 포장하면서 변질이나 벌레 유입의 우려가 있는 식품은 왜 포장 등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유통상에서 발생 우려가 있는 문제 역시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 아니냐”고 지적했다.
◆ 삼양식품 나가사끼짬뽕 ‘벌레’
8일 대구 수성구에 사는 임 모(여.37세)씨는 최근 삼양식품의 나가사끼라면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원인규명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이 내놓은 결과에는 만족할 수 없었다.
임 씨는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순간 국물에서 진드기로 보이는 벌레를 발견했고 신고를 받은 업체 측은 곧바로 이물을 수거했다.
그러나 일주일이상이 지나도록 해명을 듣지 못한 임 씨가 다시 연락해보니 그제야 해충업체 세스코에 의뢰한 결과 보행해충의 일종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임 씨는 “소비자가 먼저 전화하기 전에는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며 “라면이 먹기 싫어진 시점에서 제품 외에는 줄 수 없다는 융통성없는 태도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자체조사 결과를 고객분께 서면으로 전달했고 식약청 조사를 통해서도 제조공정 상에서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규정에 따라 동일제품으로 교환이나 환불해 드리는 것 외에 그 이상의 보상을 해드리기는 곤란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 롯데주류 청하 ‘휘발유 냄새’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얼마 전 롯데주류의 청하를 마시던 중 휘발유 냄새를 느껴 제조공정상의 문제를 의심했으나 제조사 측은 유통과정 상의 일로 추정했다.
병을 개봉할 당시 강한 휘발유 향을 맡았지만 설마 술이 변질된 것이라고는 의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마트에서 동일제품을 다시 구매했고 곧 앞서 마신 두병의 제품에 문제가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김 씨는 “처음에 원래 맛이 이런 줄로 착각하고 마시는 바람에 다음날 새벽 심한 배탈로 고생했다”며 “병 세척과정이나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측은 문제의 제품을 수거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제조과정이 아닌 특정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사례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품질관리팀의 조사결과 내용물이 아닌 캡과 캡이 덮이는 부분 등에서 휘발유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제조공정상으로는 휘발유에 노출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유통과정 중 캡 사이로 휘발유가 묻은 공기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 롯데삼강 쉐푸드 스파게티 ‘곰팡이’
서울 구로구 오류2동의 김 모(여.26세)씨는 스파게티 면발에서 곰팡이가 발견됐음에도 제조사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경 구입한 롯데삼강 쉐푸드 토마토 미트 스파게티면에서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있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유통기한은 3개월이상 남아있었다.
발생 경로를 묻는 김 씨에게 고객센터 측은 “제조 공정 오류로 인해 곰팡이가 발생한 것 같다”며 얼버무렸다고. 대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1만원을 즉시 입금해주겠다고 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김 씨는 “곰팡이가 난 식품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더니 보상마저 늑장 대응”이라며 “소비자를 두 번 기만하는 행위”라며 불쾌해했다.
이에 대해 롯데삼강 관계자는 “업무 과다로 인해 바빠서 인수인계가 늦어졌던 것 같다”며 “이미 관련 보상 처리는 완료 됐다”고 전했다.
곰팡이 발생 경로에 대한 질문에는 “이미 종결된 건으로 더 이상 설명할 내용이 없다”는 성의 없는 답변이 전부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