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 이건희 회장이 가족 모임을 갖고 유산 상속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은 하와이에서 요양 중이며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 회장과 언제든 회합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만약 형제간 회동이 이뤄질 경우 지난달 말 소송을 제기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씨의 소송과 관련한 대책회의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소송이 그간 알려진 이숙희 씨의 성격과 사뭇 대조되는 파격행보여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은 적잖이 놀랐다는 전언이다.
이숙희 씨는 1935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공주처럼' 지내던 이인희 고문과 이명희 회장과는 달리 비교적 서민적이고 자유로운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인희 고문이 집필한 '한솔, 그 푸른 꿈을 향해 걸어온 길' 내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씨는 주변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대해주며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성격을 지녀 선대회장으로부터 잡초로 불렸다고 회자돼 있다.
그런만큼 하와이로 날아간 이 회장 형제들이 회동을 한다면 이숙희 씨 문제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씨는 소송 직후 인터뷰에서 "남편(구자학 회장)이 삼성을 그만둔 이유가 있다"며 "너무 신임을 받으니까 시기하고 중상모략하고 난리가 났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회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형제들을 다독여 혹시 모를 추가 소송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공식적인 자녀 4남6녀 중 장남 이맹희 씨와 차녀 이숙희 씨가 유산 상속 소송을 제기하자 장녀 이인희 씨와 3녀 이순희 씨는 "유산 상속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아직까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2세는 2남 고 이창희 새한그룹 회장의 유족과 4녀 이덕희 씨 5녀 이명희 회장 등이다.
그러나 이창희 회장 유족과 이명희 회장의 소송 제기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명희 회장의 경우 자신의 상속분인 신세계를 재계의 한 축으로 괄목할만하게 성장시켜 완벽한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
고 이창희 회장의 부인인 이영자 씨와 장남 이재관 씨 등 유족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꾸준히 보살펴온 것으로 알려져 역시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지고 있다.
4녀 이덕희 씨와 이병철 회장과 일본인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 이태휘 씨와 막내딸 이혜자 씨는 이번 소송의 이해당사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법인 화우가 작성한 소장을 보면 상속 권한을 가진 자녀로 이맹희 씨를 비롯해 고 이창희 회장, 이건희 회장(27분의 6), 이순희 씨(27분의 4), 이인희 고문, 이숙희 씨, 이명희 회장(27분의 1), 창업주의 배우자인 고 박두을 여사(27분의 6) 등이기재돼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 부부는 지난 7일 하와이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빌 게이츠 등 세계적 부호들의 별장이 즐비한 하와이 빅아일랜드 지역에 별장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이 1년에 한 번 정도 하와이로 휴식여행을 간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