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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개혁없는' 사외이사 선임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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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개혁없는' 사외이사 선임 빈축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2.03.14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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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은행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금 문제와 임원 및 사외이사 선임 등을 마무리 지은 가운데 상당수 은행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들을 재선임하거나 경영진과 친분관계가 있는 인사들을 선임해 눈총을 사고 있다.

그간 은행권 사외이사들이 경영권 감시보다는 '거수기' 및 회사와 관계된 '대외창구'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지만 기존 사외이사들이 버젓이 재선임되면서 은행 스스로 개혁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재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와 감사의 독립성 강화 등을 골자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국회입법을 추진 중인 것과 역행하는 것이어서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와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각각 이달 23일,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 29일,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는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2011회계년도 영업보고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기업은행(23일 주총)의 경우 사외이사 임기가 남아 있어 이사 및 감사 보수 승인 등의 일부 안건만 다룰 예정이다.

이번 은행권 주총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을 대다수 재선임했다는 것이다. 은행권 중 유일하게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된 곳은 하나금융 계열사로 편입된 외환은행(은행장 윤용로)뿐이다.

실제로 KB금융의 경우 이달로 임기가 끝나는 이경제 전 금융결제원장 등 5명을 모두 재선임했다. 여기에 황건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자격시비 논란마저 일고 있다. 국민은행(22일 주총)도 임기가 만료되는 박요찬 변호사를 재선임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9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가 끝나는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를 모두 재선임했다. 신한은행(27일 주총)의 경우 임기만료를 앞둔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을 재선임하고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아울러 이번 주총에서 1년째 지연되고 있는 신한은행 감사 선임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으나 아직까지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상근감사를 폐지하는 대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감사업무를 맡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가 만료되는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 등 4명을 전원 재선임했다. 다만 현 예금보험공사(대주주) 홍보실장인 김광의 이사가 퇴임하고 이형구 예금보험공사 저축은행지원부장이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새회장과 최흥식 신임 사장, 김종준 신임 하나은행장 등 임원진에 대한 이사선임과 함께 8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만료 되는 이구택 포스코 고문 등 5명을 모두 재선임했다.

하나은행(22일 주총)도 임기 만료되는 5명의 사외이사 중 김영섭 법무법인 태평양고문 등 4명을 재선임하고 박철순 전 한국경영학회 부회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에 반해 외환은행은 지난 1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7명 전원을 물갈이했다.

특히 교체된 인사 중에는 하나금융에 몸담았거나 윤용로 행장과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외이사의 본분인 독립성과 경영진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시 되고 있다.

천진석 사외이사는 하나대투증권 사장과 충청하나은행 대표(부행장) 출신이며 김주성 사외이사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여년간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방영민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경제정책심의관, 금융정보분석원장, 금융감독원 상근감사위원 등을 역임, 관료출신인 윤용로 행장과 상당기간 같이 근무했던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에서 사외이사 3명에 대해 부적합하다는 의견과 함께 일부 하나금융과 관련된 인물이 포함돼 있어 독립성을 우려했다"며 "향후 100%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지주사의 이익을 외환은행보다 앞세운다든지, 또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등에 대해 노조에서 지속적으로 감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사외이사 재선임 논란에 대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막상 사회적으로 검증된 마땅한 인사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은행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면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경영진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계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는 도덕성과 전문성이 검증된 '독립적인 인사' 인력풀 확보가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 후보 추천시 대주주 및 경영진의 영향력 배제와 소액주주들의 선임권 확대, 사외이사 교육기관 마련 등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이러한 금융계의 요구가 향후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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