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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이 불황에 웬 대형냉장고 경쟁?…'아주 비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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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이 불황에 웬 대형냉장고 경쟁?…'아주 비싸니까'
  • 이근 기자 egg@csnews.co.kr
  • 승인 2012.07.13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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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침체 속에서  국내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형 냉장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는 세계 최대 용량의 냉장고를 잇달아 내놓더니 마침내 900ℓ의 벽을 허물었다.


소비자들이 대용량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덩치 키우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 업체의 설명이지만 실속 없는 자존심 경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용량 증가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가격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비난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세계 최대용량인 900ℓ 급 '지펠 T9000'을 출시했다.


제품 가격은 349만~399만원이다. 삼성전자의 기존 최대용량이었던 860ℓ 급 ‘지펠 그랑데스타일 8600’(230만~ 270만원)에 비해 용량은 40ℓ밖에 늘지 않았지만 가격은 100만원 이상 비싸다.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는 700ℓ 급 ‘지펠’ 제품이 80만 ~ 140만원대, 800ℓ 급 모델이 180만 ~240만이다. 용량이 커질수록 가격인상 폭은 훨씬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900ℓ급 모델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LG전자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최대용량인 870ℓ ‘디오스’ 제품은  280 ~320만원으로, 그 밑 800ℓ 급 모델(190만 ~230만원)과 용량 차이가 적은데도 90만원 가량 비싸다.


▲좌측부터 삼성전자 900ℓ 양문형 냉장고 지펠'T9000', LG전자 870ℓ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

 

업체들은 용량이 커질수록 제품의 가격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냉장고는 TV 등 다른 가전과는 달리 제품 자체의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방 규격화가 이뤄진 시점에서 냉장고의 최대 폭과 높이는 90cm, 170cm로 굳어졌다. 냉장고 용량이 1000ℓ가 넘어가게 되면 외부규격이 커질 수밖에 없어 판매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용량을 늘리려면 냉장고 외부의 크기는 그대로 놔두고 고효율 단열재와 컴프레서를 이용해 내부 공간을 늘리는 방식을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기술력과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현재 두 업체는 모두 스티로폼보다 8배 이상 단열 성능이 우수한 글라스울을 단열재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최고의 가전회사라는 자존심을 걸고 대형 냉장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대형 냉장고를 선호하고 있어 고부가제품을 외면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900ℓ급을 비롯한 대형냉장고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환영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초반만 해도 활황세였던 대형냉장고 판매가 경기침체와 함께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기준으로 700ℓ급, 800ℓ급 제품은 내수 시장에서 각각 49.55%, 40.63%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800ℓ급 이상은 지난해 상반기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8월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800ℓ급 제품에 추월당해 점유율이 30% 밑으로 고꾸라졌던 700ℓ급 제품은 올들어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용량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지만 900ℓ 이상 급의 실제 판매량은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실제 냉장고 판매경쟁은 그 이하 용량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족규모가 작아지고 있어 전체 용량수요가 더 늘기는 힘들지만, 냉장-냉동식품의 증가추세와 크기가 곧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상황이라 대용량 경향은 더 심화될 수 있다”며 “경기 불황이 계속된다면 가격적으로 이점이 있는 800ℓ급 이하의 제품들의 판매량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뉴스경제팀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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