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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로봇청소기 신제품이 사라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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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로봇청소기 신제품이 사라진 까닭은?
  • 이근 기자 egg@csnews.co.kr
  • 승인 2012.09.20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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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신형 로봇청소기를 내놓으며 트렌드를 주도하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신제품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LG전자가 올여름 신제품을 내놓고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삼성전자는 올해 로봇청소기 신제품 출시에 관련해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다"며 올해 새 제품 출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다. 또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계획에 대해서도 일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나 따로 업그레이드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대목이 목전에 다가왔고 연말까지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연내에 신제품이 출시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6년 로봇청소기 제품을 첫 출시한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제품을 출시해왔던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 ‘스마트 탱고 뷰’ 출시 이후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해왔다. 시장점유율이 작년 4분기 53.9%, 올해 1분기 55.7%(금액기준/ 삼성전자 제공)에 달했다고 한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한창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듯한 모습이다.


이에 비해 경쟁사인 LG전자는 매우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디자인을 사각형으로 일신한 차세대 로봇청소기 ‘로보킹 듀얼아이 2.0’을 출시했다. 지난 13일에는 신제품에 배우 류승룡의 목소리를 탑재하고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내놨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와 냉장고 등에서 누가 먼저 최신형, 최고사양의 신제품을 내놓는지를 두고 한 차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소극 대응으로 인해 로봇청소기에서 만큼은 LG전자가 홀로 달리는 형국이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윤부근 사장이 생활가전 부문을 총괄하게 되면서  가전 전략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초대형 냉장고 ‘T9000’과 김치냉장고 ‘M9000’ 등 혁신적인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차별화된 고급화 이미지를 구축하고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로봇청소기는 이미 프리미엄 제품으로 입지를 다진 터라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들을 보면 혁신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로봇청소기는 디자인과 성능에서 경쟁사와 차이를 드러낼 만한 극적 효과가 쉽지 않다”며, “로봇청소기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이 없는 일반 청소기를 시작으로 다른 생활가전을 먼저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청소기 대신 프리미엄 진공청소기를 내놓아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진공청소기 ‘L9000’은 55~59만원대에 출시된 제품으로, 고가 정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럽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한 제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아이로봇에 이어 2위(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진공 청소기 시장에서는 유럽 브랜드의 강세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적도 딱히 없다.


또 다른 이유로는 로봇청소기 성능 평가 방법에 대한 국제표준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24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로봇 청소기 성능 평가 기준 표준안 확정을 위한 국제표준화기구(IEC) 회의를 앞두고 외국 업체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국내 기업은 로봇청소기가 자유롭게 판단해 이동하는 기능인 ‘내비게이션 방식’을 강조하고 있고 외국 기업은 빠른 이동이 강점인 ‘랜덤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비게이션 방식’이 우세하다는 평이지만 아직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신제품 출시가 국제 표준안 확정 이후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성능평가 표준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우수 제품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면 표준안 확정에 따라 제품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제표준안이 확정될 경우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말이라도 신제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연구원은 “국제표준 제정은 소비자와 제조사가 객관적 기준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로봇청소기 판매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청소기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매년 30%대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로봇산업의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곧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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