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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료 먹으려다 믹서기 가루 먹고 맹장 수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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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료 먹으려다 믹서기 가루 먹고 맹장 수술까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10.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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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도 과일주스 등 건강식품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유용한 과일주스 믹서기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사는 이 모(남)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말 인터넷으로 15만원 짜리 필립스전자 믹서기(모델명 HR 2094)를 구입했다.

믹서기를 주로 사용하는 아내로부터 과일이 잘 갈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AS센터에 문의하자 믹서기와 함께 제공된 플라스틱 원통 필터를 장착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4~5개월간 고장 없이 사용하던 이 씨의 아내는 임신4개월 차에 접어들던 지난 4월 중순 느닷없이 맹장이 터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믹서기와 맹장 수술이 연관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이 씨.

여느날과 다름없이 과일주스를 만들고 믹서기의 필터를 씻다 이 씨의 아내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필터 안쪽이 눈에도 뚜렷히 드러날만큼 날카로운 물체에 갈려있었던 것. 그동안 믹서기로 갈았던 것은 물렁물렁한 포도 뿐이어서 칼날에 플라스틱 필터까지 갈려 플라스틱 가루를 먹어왔다는 사실을 확신하게된 이 씨부부.

병원 측으로 이 사실을 알렸고 맹장수술을 집도한 의사 또한 소견서를 통해 갈려진 플라스틱 가루로 맹장이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을 내렸다.


곧바로 AS센터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묻자 포도를 사와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을 했다. 역시나 필터 안쪽이 갈려 플라스틱 가루가 발생했다. 이후 AS센터에서도 본사 측에 관련 문의건을 넘겼고 지난 8월 초 본사 관계자로부터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확인을 받았다.

다행히 지난 주 이 씨의 아내는 맹장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지만 관련 하자로 맹장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안전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달 가까이 정확한 회신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AS센터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음에도 조사중이란 이유로 2달 넘게 침묵하는 제조사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음식물을 조리하는 기구에서 이런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는데 이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신기할 따름"이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에 대해 필립스전자 관계자는 "현재 본사에서 제품 테스트중이기 때문에 사안에 대해 공식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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