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결합상품 요금 부과가 주먹구구여서 소비자 불만이 높다.
가입시 요금을 약정하지만 통신사 변경 혹은 계약 해지 의사를 밝히면 할인이나 감면을 제안받는 일이 부지기수기 때문.
장기 가입자라도 푸대접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 역시 요금을 깎아준다. 그러다 보니 청구되는 대로 요금을 내는 가입자만 바보 취급을 받는 형국이다.
인터넷 사업자들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살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결합상품 요금에대한 소비자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랜시간 같은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준 충성도 높은 가입자는 뒷전이고 목소리 큰 사람 달래기에 바쁘다. 뚜렷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행태가 블랙컨슈머를 키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불만 토로, 계약 해지 문의 시 모든 해답은 '요금할인'
서울 강동구의 홍 모(37세.남)씨는 인터넷통신결합상품의 요금제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구조로 제멋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
2007년 3월경 SK브로드밴드의 결함상품(TV+인터넷+전화)으로 2년 약정, 월 4만1천원 가량으로 계약한 홍 씨는 이후 2차례 가량 거주지를 옮기면서도 통신사 변경이 번거로워 줄곧 이용해 왔다고.
약정기간 2년이 끝난 후에도 무약정으로 기존요금 그대로 사용해오던 홍 씨는 지난해 말경 신규가입 시 자신의 조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고객센터로 계약해지를 문의했다.
상담원은 계약해지 사유를 물었고 ‘기존 계약자에 대한 처우가 불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자 상담원은 장기가입자에 대한 별도의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요금할인을 안내했다. 매월 5천원 가량의 요금 할인을 제시받은 홍 씨는 계약을 유지했다고.
그러나 최근 주로 휴대폰 사용이 많아 일반전화가 필요없다고 여긴 홍 씨는 고객센터로 전화해지를 요청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장기가입자에 대한 혜택’이라며 4천500원의 기본료를 1년간 면제해 준다는 제안을 받았다.
홍 씨는 “장기 가입자 3,4,5년 등 명확한 기준에 따라 할인율을 정해 먼저 연락하는 것이 아니고 계약해지를 한다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만 ‘우는 아이 떡 주듯’이 행해지는 것이 요금 할인”이라며 “나 역시 아무생각 없이 사용해 왔다면 지금껏 매월 1만원이상의 부당한 요금을 내면서 사용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조건엔 ‘무약정’이지만 요금할인목록에는 ‘약정할인’이라며 중도해지시 약정할인반환금을 부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요금구조”라고 불만을 표했다..
◆ 통신사 갈아타려니 할인이 쏟아내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 2009년 LG유플러스 인터넷, IPTV, 인터넷 전화 결합상품에 가입했다.
최근 SK브로드밴드로 옮기기 위해 남은 약정 기간을 확인하고자 LG유플러스 공식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약정기간을 확인한 최 씨. 약정기간이 이미 끝난 것을 확인하고 최근 SK브로드밴드로 통신사를 이동했다.
그 후 LG유플러스 측에 연락해 해지의사를 밝히자 약정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할인 받아온 요금 16만원에 대한 위약금 안내를 받았다. 알고보니 인터넷서비스 1년가량 사용 후 추가한 IPTV와 인터넷전화의 약정기간이 남아있었던 것.
홈페이지상 분명 약정기간 '종료'상태를 확인했던 최 씨가 상담원이 알고 있는 사항이 계약내용과 다른 이유를 묻자 "홈페이지에서 모든 것을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기막혀하는 최 씨에게 상담원의 기막힌 설명이 이어졌다. 타 통신사 계약을 취소하고 LG유플러스로 돌아오면 설치비 무료 지원은 물론 상품권 33만원을 지급하고 사용요금도 대폭 낮춰주겠다는 것.
최 씨는 “사용하는 3년동안 아무런 혜택 안내 없이 방치해두더니 타사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생각도 못한 혜택이 쏟아지더라. 하지만 반가운 게 아니라 더 정이 떨어졌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 주먹구구식 요금감면은 초고속인터넷 시장 과열 탓?
쏟아지는 소비자 불만 사례에 대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의 변도 각양각색이다.
대표적인 통신 3사 모두 가입기간에 따른 명확한 요금할인 기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KT 측은 고객만족 차원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고객이 해지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불편이 발생했다는 것으로 본다”며 “불편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일정부분 케어하기 위해 요금을 감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단순 요금 감면만을 노린 블랙컨슈머가 양산되는 제도 아니냐고 지적하자 “사례에 따라 다르게 접근한다”고 짧게 답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시장 구조적인 문제로 풀이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과열되어 요금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라 신규가입자일수록 요금이 저렴하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약정이 끝날 무렵 재약정 조건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LG 유플러스는 사용요금의 경우 가입 채널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대리점뿐만 아니라 판매점 가입 채널에 따라서 사은품이나 혜택은 조금 상이할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 요금’이라는 소비자 이용 요금은 정찰가격이지만 그것을 소매로 판매할 때 혜택을 얼마나 줄 수 있느냐는 건 판매자의 권한이나 역량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총 1천837만9천444명이다. KT가 800만1천299명으로 점유율 44%를 차지하며 업계 1위이다. SK브로드밴드가 432만9천765명, 23.9%의 점유율로 그 뒤를 이었고 LG유플러스가 273만3천219명(15.1%)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