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접어들면서 전국 백화점과 각 상가에 한 탕을 노리는 ‘블랙 컨슈머’ 경계령이 발령됐다.
블랙 컨슈머들도 바쁘고 붐빈 성수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 꼬투리를 잡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경우 무리한 요구라도 수용할 가능성이 크고 매장에 난입해 소란을 부려도 손님이 붐빌 경우 효과가 더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갈 협박범으로 경찰에 붙들린 서울 구로동의 서 모(남 46세)씨는 군 고위간부로 재직한 엘리트 군인으로 2년여동안 206차례의 공갈, 협박을 통해 무려 2억원의 돈을 업체들로부터 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피의자는 여러 매장에서 구입한 휴대폰을 일부러 망가뜨린 뒤 업체를 찾아가 매장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냈다. 영세 자영업 수준의 휴대폰 매장들은 서 씨의 큰소리와 행패를 견디가 못해 원하는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피의자 이 모(여. 52세)씨는 온라인몰에서 식품을 구입한 후 이물질이 있다거나 썩었다며 기업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방법으로 1년 6개월여에 걸쳐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았다가 역시 덜미를 잡혔다.
견디가 못한 식품업체 관계자가 경쟁업체들에 연락해 김 씨의 반복적 행태를 조사해 경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은 끝이 났다. 이 씨는 이과정에서 조작된 이물질 사진을 담당자에게 보내고 온라인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능이 끝난 후 우유를 먹은 뒤 설사가 나서 수능을 망쳤다며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고가의 외식권을 싸게 구입 한 뒤 액면가에 환불해달라는 고객이 많아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구입한 경위야 어찌됐건 액면가에 찍힌 금액으로 외식이 가능한 만큼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환불해 주는 것이 마땅하지않느냐며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블랙 컨슈머들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고 그 수도 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업체의 대책은 갈수록 제한되고 있는 것.
업체들은 사실과는 관계없이 자사 제품을 헐뜯는 내용이 온라인에 오르내리면 더러는 큰 타격을 입는 만큼 그들의 요구가 허위인 줄 알면서도 돈으로 입을 막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 당국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명문화된 규정을 만들 경우 자칫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있어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블랙컨슈머 폐해가 커질 경우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아 연말까지 상황을 더 지켜본 뒤 내년초에는 대책안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문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