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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선루프 파손은 무조건 100% 운전자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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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선루프 파손은 무조건 100% 운전자 과실?
제조사 측 제작 결함 인정안해 모든 책임은 운전자가 떠안아야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3.11.18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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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튀어나가는 급발진 사고, 아무일 없이 운행하던 자동차 선루프가 느닷없이 박살나는 선루프 자파 사고. 공통점은 무엇일까?

흔치 않게 발생하는 사고지만 제조사가 100% 소비자 과실을 주장하며 절대 피해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 국내에서 급발진과 선루프 자파사고를 인정하고 제조사가 피해를 보상한 건은 거의 전무하다.

영문도 모른 채 아찔한 사고를 겪은 운전자는 차량 뽑기를 잘못했다며 자신을 질책하는 것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셈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해 선루프 자파 및 급발진 사고 관련 접수된 피해 제보는 총 23건이다. 하지만 제조사 측으로부터 피해 구제를 받은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100% 운전자 과실로 간주돼 막대한 수리비는 물론 보험료 할증등의 피해도 전적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4년 전 4천여만 원에 ‘혼다 CR-V’ 차량을 구매한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김 모(남)씨는 최근 좁은 주차장에서 발생한 급발진 추정 사고를 두고 제조사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뒷쪽 옹벽이나 도로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가까스로 멈춰선 차량들.


김 씨는 사고가 난 구간이 6~7m 공간으로 가속이 충분히 이뤄질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였기에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작사 측은 운전자 과실로 판정했다.


그는 “후방 주차를 위해 기어를 후진(R)으로 변속했는데 5초 정도 뒤 갑자기 굉음과 함께 차량이 뒤로 튀어나갔고, 잠시 뒤 앞으로 돌진했다”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듣지 않았고, 기어를 바꾸지 않았기에  앞으로 나간 것은 급발진에 의한 사고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의 김 모(남)씨 역시 최근 신호 대기를 마치고 출발하려던 찰나 차량이 급작스럽게 튀어나가는 급발진 추정 사고를 겪었다.

사고 차량은 2010년 출고된 포드 머스탱으로 급발진을 하는 동안 굉음이 났으며 핸들이 잠겼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제작사 측은 사고 얼마 뒤 증거 불충분의 이유를 들어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로 최종 판단을 내렸다.

급발진과 마찬가지로 외부 충격이 없이 발생한 '선루프 파손 사고'도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대표적 사례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모(남)씨는 “작년과 올해 각각 한 번씩 두 차례에 걸쳐 멀쩡하던 선루프가 파손되는 사고를 겪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복된 사고였기에 선루프의 제작결함 가능성을 제기해봤지만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이란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나 모(남)씨 역시 지난 9월 “조수석 도어를 닫았을 뿐인데 멀쩡하던 선루프가 ‘쩍’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제보해 왔다.




▲ 선루프의 파손은 '외부충격vs자파사고'를 두고 잦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억울함에 격렬히 항의도 해보지만 "선루프는 제작 구조상 충격 없이 부서질 수 없고, 외부 충격과 자파사고에 의한 균열형태는 달라 구분이 가능하다"며 맞서는 제작사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


자동차 선루프가 이처럼 맥없이 부서지는 사고에대해 운전자들은 소재인 강화유리의 특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충격에 강하지만 유리 제조과정 중 불순물이 섞인 경우 자파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강화유리가 많이 사용되는 식기류에서는 제조사들이 이같은 자파사고를 인정하고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고 있지만 자동차에서는 아직 사용자 과실로 치부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선루프가 파노라마 형태 등으로 점점 커지면서 외부에서 받는 충격을 분산하는 힘이 약해져 파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작사는 테스트를 강화하고 정부는 선루프 파손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차량사고기록장치(EDR)는 운전자 입장에서 차량 결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는 제작사들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EDR의 정보 해독을 거부하고 있지만 2014년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정보를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무작정 과실을 뒤집어 써야 했던  급발진 사고에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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