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증권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사주가 든든한 재벌그룹 계열 증권사들조차 CEO 물갈이에 나서고 있다.
비교적 수익이 좋은 HMC투자증권까지 수장이 교체됐다. 실적이 악화된 증권사들도 이미 CEO가 교체됐거나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재벌 그룹 계열 증권사 8곳 중 4곳의 CEO가 교체됐다. 지난 18일 현대자동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HMC투자증권 CEO가 제갈걸 사장에서 김흥제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증권업계 장수CEO 중 한 명인 제갈걸 사장은 고문으로 경영일선을 떠나고, 김흥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취임했다.
앞서 지난 12일 SK그룹 인사에서는 SK증권 이현승 사장이 물러나고 김신 전 현대증권 사장으로 교체됐다. 지난 9월에는 한화투자증권의 임일수 사장이 물러나고, 주진형 전무가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바통을 받았다.
동양증권은 실적부진과 그룹 리스크로 올 들어 2번이나 수장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지난 6월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이승국 사장이 사임했고, 정진석 동양자산운용 사장이 동양증권 사장으로 컴백했다. 그러나 '동양사태'로 정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지난달에는 서명석 동양증권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현대증권도 지난 5월 김신. 윤경은 투톱체제에서 김신 사장이 취임한지 6개월여만에 사임해 윤경은 사장 단독체제로 전환되는 변동이 있었다.
증권업계 맏형인 삼성증권은 김석 사장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그룹 계열 금융사 수장들이 대부분 교체되는 가운데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 사장만 자리를 보장받은 것.
결과적으로 주요 그룹 계열 8개 증권사 가운데 실적이 악화된 3개사와 수장이 장기집권한 1개사의 CEO가 교체된 것이다.
8개 그룹의 계열 증권사 가운데 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곳은 올 상반기 기준 HMC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뿐이다.
그나마 삼성증권은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1천억 원에서 올해는 31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HMC투자증권도 지난해 상반기 21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0억5천만 원으로 겨우 흑자 턱걸이에 머물렀다.
나머지 6개 증권사는 올 상반기 적자를 냈다.
동양증권과 한화투자증권 SK증권은 최근 3년여 동안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동양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64억 원이었던 순손실 규모가 올 상반기에는 1천7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670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 됐던 현대증권 역시 올 상반기 184억 원의 순손실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하이투자증권도 지난해 50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됐고, 올 상반기에만도 60억 원 가까운 순손실을 냈다. 작년 연간 300억 원대의 순익을 올렸던 동부증권도 올 상반기 25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됐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CEO가 바뀌지 않는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과 동부증권 2곳이다.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2008년9월 취임한 이후 지난해 6월 연임됐다. 서 사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교체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도 2010년 5월 취임했고 한 차례 연임으로 내년 5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증권사들의 회계연도가 내년부터 3월말에서 12월말로 바뀌기 때문에 고 사장의 임기는 2~3개월여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