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가장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18일 김씨와 이씨, 박씨 등 3명을 사기 및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하고 환전상 정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씨와 함께 강도 범행을 한 뒤 달아난 남성을 쫓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점조직이라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공범을 상대로 경찰을 사칭해 사기로 챙긴 돈을 다시 빼앗으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오전 9시께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고 모(28·여)씨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 수사1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사1팀장이라는 상대방은 사기사건 조사 중 고씨의 계좌가 도용된 사실이 파악됐으니 예금을 인출해 국가안전코드를 부여받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했고 고 씨는 시킨 대로 덕양구의 은행 지점 2곳을 방문해 예금 2천700만 원을 모두 인출했다.
곧이어 상대방은 후속 통화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직원이 갈 테니 찾은 돈을 건네라"고 했고 고씨는 낮 12시 55분께 약속된 장소에서 금감원 직원 신분증을 내보이는 중국인 김모(24)씨에게 돈을 전달했다.
이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통화를 시도하던 고씨는 갑자기 전화가 끊기자 그때야 속은 것을 알고 파출소를 찾아 신고했다. 신고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께로 김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 사이 김씨는 공범인 박모(27)씨에게 돈을 건넸고 박 씨는 다시 환전상인 중국인 정모(35)씨를 통해 중국으로 돈을 송금했다.
김 씨와 박 씨의 범죄 행각은 서울로 자리를 옮겨 이어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광진구에서 또 다른 피해자인 이모(27·여)씨를 만나 금감원 직원 행세를 하며 2천만 원을 받아냈다.
두 차례의 범행이 끝나자 김 씨는 중국인 이모(31)씨 등 2명과 미리 짜고 박 씨에게서 돈을 빼앗을 계획을 세웠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점조직으로 이뤄져 박 씨가 이 씨 등 2명의 얼굴을 모르는 점을 이용해 박 씨를 뒤쫓아가 경찰 행세를 하며 2천만 원을 빼앗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