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필레오'로 유명한 한일월드가 자금난 등의 이유로 사후관리가 엉망이 된지 수개월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정수기가 고장나도 AS접수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월드는 약 20만 계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고발센터에는 한일월드 관련 소비자 제보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한일월드 채권단 등은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현대렌탈서비스 등에 정수기 등 렌탈제품의 위탁관리를 맡겼다. 이들 업체들이 제대로 된 관리와 AS를 해줄 지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들은 위탁관리업체들이 사후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일부에선 한일월드와 계약했으니 약정기간이 남았더라도 위약금 없이 해지돼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일월드는 자금난에 시달리다 지난 8월 오너인 이영재 회장이 잠적하고 임금체불과 렌탈사기로 회사 직원과 고객들로부터 고발당했다. 이 회장은 고가의 음파진동기 할부금을 대납하지 않고, BNK캐피탈로부터 대출받은 1천억 원을 횡령하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등 업무협약 업체 통해 위탁서비스 · 반환 등 가능
BNK캐피탈, DK인베스트 등 한일월드 채권단은 정수기업체 3곳과 업무협약(MOU) 및 계약을 체결해 사후관리에 나서고 있다.
청호나이스가 약 15만 계정을, 쿠쿠전자는 1만~2만 계정, 현대렌탈서비스는 약 2만6천 계정에 대해 위탁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현재 정기점검, 필터교환 등 서비스가 이뤄지고, AS는 현장에서 수리 가능한 것만 하고 있다"며 "저희가 위탁받은 계정 고객에 대해서는 새로운 콜센터 번호를 문자 등으로 고지해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일월드 정수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계약해지를 원한다면 당연히 가능하다"며 "다만 사용 기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약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렌탈서비스 측도 남은 렌탈기간에 대한 위약금을 내면 반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렌탈서비스는 한일월드의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에 대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쿠전자의 경우 필터교체 등 기본적인 유지보수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계약해지 및 렌탈상품 반환 등은 구체적으로 계약이 체결된 뒤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례1. 대전 괴정동에 사는 장 모(여)씨는 36개월 약정기간 동안 한일정수기를 사용하고 반납하려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회사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가뜩이나 한일월드가 부도 났다는 소문에 불안감이 커진 장 씨가 은행에 찾아가 렌탈료 자동이체 계약을 해지하려하자 이미 한일월드 측에서 약정만료로 해지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장 씨는 "정수기를 반납하고 싶어도 연락처가 없으니 방법이 없다. 나중에 미반납으로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답답해 했다.
#사례2. 서울 성수동에 사는 진 모(여)씨는 지인의 소개로 필레오월드(한일월드) 영업점에서 살빼는 기계라며 '해피콜음파운동기'를 소개받았다. 영업사원은 9만9천 원만 내면 100만 원이 넘는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며 주민등록증과 은행통장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계약방식이 찜찜하다 싶어 2시간 만에 계약을 취소했지만 회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9만9천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진 씨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받았다면 규모가 엄청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례3. 서울 성내동에서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이 씨는 지난 4월 한일월드에서 정수기 6대와 공기청정기 1대를 렌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기가 고장나 냉수 뿐 아니라 온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더 황당한 것은 정수기 관리자가 필터만 교체하지, 고장난 건 수리할 수 없다며 그냥 돌아간 후 연락두절이 됐다고. 이 씨는 "렌탈료를 빼가면서 AS접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3개월 동안 불편을 겪으면서 매일매일 고객에게 사과하는게 하루일과가 됐다"고 털어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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