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 가입자 차별 해소와 통신비 절감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단통법의 실효성을 놓고 많은 설전이 오가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자신이 '호갱'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다는 평가다. 단통법 1주년을 맞아 소비자 입장에서 본 단통법의 공과(功過)를 살펴본다.

◆ 투명해진 요금체계, 통신비 절감 효과로 인한 가계부담 축소

단통법 시행으로 가장 획기적으로 바뀐 부분은 요금체계다. 똑같은 스마트폰을 구입하더라도 판매점마다 책정하는 보조금이 달라 '호갱'이 양산될 수 있었지만 보조금 상한선이 공시되면서 차별적으로 지급된 보조금이 사라졌다.

매 주 각 통신사에서 단말기 별 보조금 액수를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공시하고 있어 어느 곳에서 구입하던지 모두 동등한 조건에서 차별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렇다보니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시간, 특정 대리점에서 일시적으로 과다한 보조금을 무단 살포하는 '대란'도 사라졌다.

대란의 경우 최신폰을 '공짜폰'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반대로 제 값을 주고 구입하는 고객을 호갱으로 만들 수있는 양면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단통법의 효과인지 역효과인지 평가는 엇갈린다.

약정에 따른 통신비 할인을 단말기 약정할인으로 속여 비싼 단말기를 팔아치우거나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고가 요금제를 일정기간 의무사용하도록 하는 모습들이 사라졌다.

최대 100만 원까지 치솟았던 단말기 출고가가 부담스러운 고객들은 대리점에서 제시하는 약정할인에 솔깃했고 단말기 할부금을 낮춘 대신 일정기간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하는 약정계약을 하기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할부금이 내려가는 대신 통신비가 뛰는 '조삼모사'가 되기 일쑤였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상한선이 제한되면서 고가폰 대신 중저가폰 수요가 늘어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제조사의 신제품 출고가도 최대 80만 원대까지 내려갔다.

신규 가입이 위축되면서 그동안 홀대했던 장기 고객에 대한 혜택도 강화됐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약정기간 종료 후 추가 할인혜택이 없었지만 현재는 같은 단말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24개월 이상 사용시에도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고가폰 시장 위축, 혜택은 많아도 이용할 수 있는 소비자는 한정

먼저 흔하게 불리던 '공짜폰'이 사라졌다. 과거 일부 통신사들이 할부원금을 뛰어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공짜폰이 생기기도 했지만 보조금 상한선(최대 33만 원)이 생겨나면서 공짜폰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문제는 고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기본 기능 위주의 저가 스마트폰도 보조금을 제외한 일정 비용을 주고 구입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단통법 이후로 전 국민이 호갱이 됐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덕분에 중저가폰에 대한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보조금 상한이 있다보니 할부원금이 저렴하면서 기본 기능을 갖춘 단말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SK텔레콤에서 단독 출시한 '루나', LG전자 '마그나', 삼성전자 '갤럭시 A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반면 출고가가 비싼 고가폰 시장은 축소돼 소비자들이 최신 기능이 탑재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 셈이었다. 통계상으로는 통신비가 줄었지만 중저가폰 위주 시장으로 재편되는데 따른 왜곡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국산 제조사들의 타격이 심각했다.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LG전자 조성하 MC사업본부 부사장은 단말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금 상한제 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전략 스마트폰 G4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 2억 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중고폰 가격 방어가 가능한 애플 '아이폰'의 인기는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3분기 아이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3%에 불과했지만 출시 후 27%까지 상승하더니 현재도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 고객에 혜택을 준다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역시 신규 가입자가 혜택을 보기 어렵고 해당 조건(단말기 자급제폰, 24개월 이상 지난 중고단말기)을 충족하는 소비자들이 적어 '무늬만 혜택'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소비자문제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의 최현숙 대표는 "논란의 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과 불만이 많다는 것"이라며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면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