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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 · 소시지가 발암물질?…육가공업계 "한국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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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 · 소시지가 발암물질?…육가공업계 "한국 문제없어"
섭취량 미국의 1/7 수준...아질산나트륨, 나트륨 규제기준 외국보다 엄격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5.10.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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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을 담배‧비소 등과 같은 발암물질로 분류한 가운데 육가공품을 제조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량을 생각하면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2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대장암(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며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1군 발암물질’에는 담배, 술, 비소, 석면 등이 속해 있다.

IARC가 발암물질으로 구분한 가공육 종류는 햄, 베이컨, 살라미 소시지, 핫도그, 햄버거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가공육만큼은 아니지만 적색육(소고기‧돼지고기 등) 역시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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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존슨빌 소시지, 한성기업 소시지, 롯데햄 로스팜, CJ제일제당 스팸.

이에 대해 육가공품을 제조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은 “육가공품 소비량이 적은 한국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육가공품을 제조하는 식품업체들은 육가공협회 등을 통해 공동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개별 기업이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육가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육가공 소비량은 4.4kg 가량이다. IARC의 발표처럼 하루에 50g씩 섭취할 경우 연간 18.3kg 소비하게 되는데 여기에 24%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경우 소비량이 30.7kg에 육박하고 미국이 40~50kg에 달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1/7 수준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표 프레스햄인 CJ제일제당 스팸의 경우 제일 크기가 작은 제품이 200g에 달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통을 다 소비했을 경우 1인당 50g을 섭취하게 된다. 이를 매일 먹어야 우려할 수준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육류 소비량 역시 미국 및 OECD 국가는 최소 80kg를 소비하지만 우리나라는 절반인 45kg(56%)에 불과하다.

육가공협회측은 “현재 국내 가공육 소비 수준을 고려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순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석면이나 비소 같은 물질과 동급으로 거론된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 아질산나트륨, 나트륨 규제 기준 '엄격'..."WHO 발표 막연한 공포감 조성" 우려

 

발암우려가 있는 물질로 지적된 ‘아질산나트륨’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질산나트륨은 햄의 붉은색을 내는 발색제와 보존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질산나트륨이 70ppm 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들도 규제하고 있지만 100~200ppm으로, 국내 기준보다 높다.

국내 육가공품 중 아질산나트륨은 평균 40ppm 정도 들어가 있으며, 전혀 포함되지 않은 제품도 최근 50%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햄 색깔’을 내기 위해서 다른 색소를 첨가하기 때문에 ‘건강에 더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국내 프리미엄 햄·소시지의 나트륨 함량도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1.3∼1.4% 수준이라며 이는 미국의 66%, 유럽연합(EU)의 77.1%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콩 등 식물성 단백질만으로 영양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운데 이번 WHO 발표가 식품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어느 제품이든 기준치 이상 섭취해서 좋을 것은 없다는 주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보고서 원문을 입수한 뒤 관련 학계와 업계 등 관계자와 가이드라인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WHO 발표를 식약처에서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담당 사업부서에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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