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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병 걸린 실손보험, 수술없이 치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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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병 걸린 실손보험, 수술없이 치료될까?
  • 김문수 기자 ejw0202@csnews.co.kr
  • 승인 2016.05.24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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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을 받은 적도 없는데 보험료를 올리는 건 부당하다. 자동차보험과 같이 차등적용 방식으로 보험료가 상승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 금융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을 손보기 위해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보험사기와 과잉 진료로 실손보험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등 6개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차관급 정책협의회는 논의를 통해 연내에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예정이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할 수 없는 비급여 진료항목 등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현재 3천2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민간보험 상품으로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린다. 실손보험은 최근 몇 년간 일부 의료기관과 보험가입자들이 과잉진료를 일삼으면서 손해율이 높아졌다.

보험사들의 경우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대부분 보험사들이  실손 보험료를 30%에 가깝게 올렸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상품 자율화로 인상률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호기를 놓칠세라  높아진 손해율 만회를 위해  보험료를 올린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에서 실손 보험료 인상률을 25% 이내로 제한해 인상폭이 크지 않았었다. 금융위는 자율화 정책에 따라 실손 보험 인상률을 올해 30% 이내로, 내년에는 35% 이내로 제한하도록 조정했다. 향후에는 상품 자율화의 취지에 맞게 보험사들의 표준이율과 위험률 조정한도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한번도 받은 적 없는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3천200만명 중 78%에 달하는 2천500만명은 한번도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수년 뒤 실손보험료가 지금의 2~3배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책임론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실손의료보험료 정책과 관련해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을 단순 보험 상품으로 취급해 자율화를 주도하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급등을 사실상 용인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서는 자동차보험이 사고 발생시 할증을 적용하는 것처럼 실손보험도 병원 이용자를 대상으로 할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우선 과잉진료 병원과 의료쇼핑을 하는 보험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보험료 수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상태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진료의 명칭(코드)도 표준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가 진료를 권유하는 병원을 걸러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금 청구나 지급통계도 세분화하기로 했다. 통계 산출을 통해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는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아보겠다는것이다.

그렇지만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급등을 막을 수 있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렇다할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상품 자율화로 가격 문제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중병에 걸린 환자의 환부는 그대로 놔둔 채 주변 청소만 열심히 하겠다는 격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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