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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공판서 재판장의 특검향한 지적 "증인에게는 사실확인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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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공판서 재판장의 특검향한 지적 "증인에게는 사실확인만 하라"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7.05.17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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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에게는 사실확인만 해주세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관계자들의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재판에서 특검 측을 향해 사실확인만 하라고 지적했다. 추측성 답변이 나오도록 하는 유도신문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이 지난달 7일 시작된 이래 40일 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날 열린 14차 공판에서도 답답한 공방이 이어졌다. 오전엔 이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오후에는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문꼬리 삼인방'이라 불리는 이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신문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증인에게 판단을 계속 강요했다.

증거자료로 제출하지 않은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으로 부터 입수한 업무수첩 내용을 근거로 제시해 판사의 제지를 받는가 하면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진술을 들며 증인으로 하여금 추정을 유도하는 신문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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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이재용 부회장

특검은 모철민 교문수석이 이호성 전 비서관으로부터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소개받고 문체부에 전달하여 승마협회에 관련보고서를 올렸는데 이호성 전 비서관이 보고서를 보고 "박원오도 나쁜 사람으로 되어있네요" 정도의 불만스러운 멘트를 했다는 모철민 교문수석의 진술을 추궁했다. 이호성 전 비서관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저한테 그런얘길 들었다면 그렇겠죠"라고 답했다.

또 특검은 문체부 진재수 전 과장이 청와대 교문수석실에 보고한 다음날 박원오로부터 연락이 와서 보고서를 그렇게 작성해 섭섭했다고 항의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근거로 모철민 교문수석이 박원오 측에 바로 보고서를 건냈다는 얘기가 아니겠냐며 문건유출이 왜 된건지 설명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전달됐고 최순실이 박원오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추측성 발언을 했다.

특검은 김종 전 차관이 정호성 전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삼성그룹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기로 했으니 삼성 장충기 사장을 만나보라고 장충기 사장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진술했다며 그러한 일이 있었는지 추궁했다. 이호성 전 비서관은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종 차관이 그랬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장충기 사장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저한테 받았다면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정호성 전 비서관의 답변들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추측성 답변들 뿐이어서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이번 공판의 쟁점 중 하나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등 기업총수들의 2차 독대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작성한 말씀 참고자료를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실제 언급했는지 여부였다.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에는 현안에 대한 당부라는 제목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외국계 햇지펀드 등 위협에 취약하므로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내에 승계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적혀있었다. 대기업들도 문하체육분야에 기여하는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길 바라고, 삼성에서도 문화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하기 바란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자신이 이 말씀 참고자료를 직접 수정한 적이 없으며 말씀참고자료는 그대로 읽으면 되는 말씀자료와는 달라서 대통령이 얘기하기 편하도록 참고용으로만 쓰이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실제 독대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는지는 알수 없다고 답해 진위를 가릴 수는 없었다.

특검은 또 첫번째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가 이뤄진 7월 25일이 토요일이고 27일은 월요일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토요일 주말에 은밀하게 대기업 총수들과의 대통령 독대가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변호인단이 청와대가 토요일에 문닫고 쉬느냐고 묻자 정호성 전 비서관은 "일이 있으면 한다"고 답했다.

◆ 김진동 부장판사 세차레나 특검 신문태도 지적...특검은 '박근혜 증인출석 신청' 강수

이 날 김진동 부장판사는 세차례나 특검의 신문태도를 지적했다. 특검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도 김종 차관과 한번 통화를 한 것 같다며 이호성 전 비서관에게 질문하려하자 "중복된 부분을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특검이 최원용 전 고용복지수석으로부터 압수했다는 업무수첩을 꺼내들고 삼성-엘리엇 다툼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문제를 물어보려 하자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라고 또 얘기했다. 이 자료는 보류되며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자료다.

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에 엘리엇 해지펀드로부터 삼성이 공격받아 안타깝다며 국민연금 공단에 삼성 의결권 행사를 챙겨보라고 지시내린 적이 있다는 김진수 전 비서관의 말이 최원영 업무일지의 내용과 일치한다는 주장을 하자 김 부장판사는 "증인 진술에 대해 입증될 사안은 아니"라며 "업무수첩에 기재가 있다 정도 진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대통령 진술은 증인으로써는 모를 것"이라고 했다. 또 "증인이 얘기한들 입증에 대한 신빙성이 있냐며, 조서에는 남겠지만 그런 부분을 물어볼 필요가 있는지 여쭙는 것"이라며 증인에게 사실확인만 해달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정호성의 증언을 통해서는 특검 기소내용이 어떤 내용도 입증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후에 열린 이영국 전 승마협회 부회장이자 제일기획 상무의 증인신문에서는 승마인의 밤 행사관련해 이영국 상무가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메세지가 화두에 올랐다. 메세지에는 "승마인의 밤이 막 종료됐습니다. 정윤회씨 딸 수상참석을 취재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으나 사전에 불참하는 것으로 조치됐습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특검은 이것이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조치됐다는 표현을 왜 썼는지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영국 상무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냥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보고한 차원"이라고 답했다.

결국 이 날도 양 측의 지리한 공방전이 전개되며 특검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특검은 이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인출석을 정식 요청했는데 답답해진 현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출석이 결정될 경우 다음달 초 내지 중순이 유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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