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금융 공공기관에 이 제도가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하면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이를 권고하는 수순을 밟아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현재 노동이사제를 공공부문에 도입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근로자 대표 및 시민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을 각각 1인씩 비상임 이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맞춰 금융위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위원장 윤석헌)가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논의 중이며 그 결과를 이달 중순경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노동이사제를 좀 더 유연하게 바꾼 것이어서 혁신위 권고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이사회 맴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일단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넣자는 내용으로 다소 유연해졌지만 노동이사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올라왔다가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지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노동이사제에 찬성을 표한 바 있다.
노동이사제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찬성과 반대의견이 극렬하게 부딪히고 있다.
찬성 쪽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관치금융 차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쪽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고용안정성만 강조할 가능성 높아 구조조정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재부, 혁신위 등이 발빠르게 움직임에 따라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업은행(행장 김도진), 산업은행(행장 이동걸), 수출입은행(행장 은성수) 등 금융 공공기관에 가장 먼저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 공공기관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있다.
기업은행은 60%(기재부 51%, 국민연금 9%)가 정부지분이고 나머지 40%가 개인주주들로 구성돼 있다. 주주총회에서 개인주주들이 반대하면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과 공사들은 정부지분이 100%다. 상장사가 아니므로 주주총회 자체가 없기때문에 정부의 법개정 이후 노동이사제를 도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이와 관련 금융 공공기관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은행형 공공기관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관련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고 나면 공공기관 성격이 짙은 은행의 특성상 타 민간은행에게도 차례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우리은행 손태승 신임 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에 반대하고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도입여부에 대해서는 "여론과 분위기를 보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이사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 은행장이 반대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주총에서 노동이사제 및 노동자 추천 이사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형 공공기관에 먼저 도입되고 나면 민간은행들에게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총에서 거부당할 수 있다고 해도 소액주주들은 이런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데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대세가 되면 이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