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이 자산관리(WM) 영업 강화를 위해 '복합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이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복합점포 전략의 핵심인 은행과 증권사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NH농협은행(행장 이대훈)의 고액 자산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농협금융지주(회장 김광수)가 타 지주사와는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 측은 WM강화를 위한 복합점포 확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변화가 예상된다.
증권사 중에서 복합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KB증권(대표 박정림·김성현)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WM점포 65곳과 CIB센터 9곳을 포함해 무려 74곳에 달했다. 개인고객을 담당하는 WM 복합점포만 떼어보면 지난해 무려 15곳이 늘었는데 올해도 10곳 이상의 WM 복합점포를 개설하고 궁극적으로 내년까지 총 80곳의 WM 복합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PWM' 브랜드로 국내 최초의 복합점포를 개설했던 신한금융투자(대표 김형진)는 작년 말 기준으로 복합점포 67곳을 운영 중이다. PWM센터가 27곳이고 소규모 PWM라운지가 26곳, 기업금융업무를 담당하는 창조금융플라자가 14곳이다. 지난해 PWM라운지 4곳이 신설됐다.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는 지난해 신규 복합점포 4곳을 신설하면서 작년 말 기준 복합점포가 24곳으로 늘었다. 하나금융투자는 은행 및 보험사와의 복합점포와 증권 점포 3~4곳을 하나의 점포로 운영하는 '메가점포'까지 투트랙으로 특화된 점포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지주계열은 아니지만 IBK기업은행(행장 김도진)의 자회사 IBK투자증권(대표 김영규)도 작년에만 복합점포 9곳을 증설해 총 19곳을 운영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김영규 사장은 이달 초 신년사를 통해 모행(기업은행)과의 복합점포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2곳의 복합점포가 추가로 개설되면서 현재 총 12곳의 복합점포가 개설됐지만 다른 금융지주계열보다는 확연히 적은 규모다.
업계에서는 농협금융이 복합점포 전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액자산가 비중이 낮은 농협은행에서 찾고 있다.

농협은행은 2017년 말 기준 전국 1150개 점포를 운영하면서 가장 넓은 영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나 비수도권 비중이 60%가 넘고 고액자산가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복합점포를 통한 WM 시너지 확대를 기대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일반적으로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은행의 고액 자산가를 소개 받아 증권사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자산가를 위한 별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별도의 고액자산가 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과거 농협은행은 PB서비스 강화를 위해 2006년부터 PB센터를 개설해 차별화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마저도 2014년을 끝으로 모두 폐점시켰다. PB센터 폐점 이후 대안으로 복합점포가 제시됐지만 2015년 1호점을 개설한 뒤로 4년 간 12개 점포가 들어서는데 머물고 있다.

반면 NH투자증권의 경우 1억원 이상 예탁한 고액순자산가(HNWI)가 작년 말 기준 9만 명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와 삼성증권(대표 장석훈)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금융지주계열 증권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고액자산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고액 순자산가가 많은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은행 또는 다른 계열사와의 복합점포를 굳이 구축하지 않아도 WM 영업력 강화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 내 WM이나 CIB 등 핵심사업을 전담하는 사업전략부를 신설하면서 지주 차원에서 WM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광수 회장 역시 이달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WM과 CIB 등 고객자산 가치제고를 위한 사업부문은 고객수요에 맞게 그룹 관점에서 보겠다고 밝히는 등 WM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내부적으로도 커지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WM사업 촉진 목적으로 복합점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 구체적인 출점 계획은 발표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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