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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건설산업②] 한신공영, 지주사 기형적 지분구조에 2세 승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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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건설산업②] 한신공영, 지주사 기형적 지분구조에 2세 승계 '막막'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0.09.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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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신공영그룹은 코암시앤시개발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핵심 자회사인 한신공영 아래에 다수의 비상장 종속·관계사를 두고 있다. 

그룹 내 유일 상장사인 한신공영의 시가총액은 9월 18일 기준 약 1655억 원이며 최대 주주는 36.76%의 지분을 가진 코암시앤시개발이다. 코암시앤시개발은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76)과 동향 출신의 태기전 한신공영 각자대표(72)가 지분을 각각 나눠갖고 있다. 

한신공영은 1950년 고(故) 김형종 회장이 세운 한신축로공업사를 모태로 한다. 한때는 뉴코아그룹 등을 아우르는 대기업 그룹이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로 도산한 뒤 2002년 말 코암시앤시개발에 인수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신공영은 2016년 시공능력평가 18위를 달성한 이래 '한신더휴' 브랜드로 대표되는 주택사업과 공공 공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매년 20위권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공사와 리조트 등의 신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왼쪽)과 장남인 최문규 한신공영 대표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왼쪽)과 장남인 최문규 한신공영 대표

최용선 회장의 장남 최문규 씨(49)는 2017년 4월 한신공영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차남 최완규 씨(46)도 2013년부터 코암시앤시개발 대표를 맡고 있다. 
 
최용선 회장에서 최문규 대표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구도는 일단 교통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문규 대표가 취임한 이래 한신공영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50대 나이에 가까워진 자녀들이 경영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음에도 정작 지주사나 계열사 지분을 단 1%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후계구도는 정리됐지만, 승계 재원 마련에 필요한 자금줄이 꽉 막히면서 자산 승계에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지주사 지분 최용선 회장 23% , 태기전 대표 20%…자기주식이 절반 넘는 기형적 지분 구조

한신공영그룹은 지주사 코암시앤시개발이 한신공영을 통해 드림파크개발, 한신비엠, 기흥용인도로법인 등 다수 비상장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은 코암시앤시개발의 최대 지분(22.94%)을 가지고 있다. 회사 자산 약 1706억 원에 비례해 계산한 최 회장의 지분 가치는 2019년 말 기준 약 382억 원이다. 다음으로 태기전 한신공영 각자대표가 지분가치 약 341억 원에 해당하는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어 정영택 한신공영 부사장이 2.38%(약 41억원), 개인 투자자인 이맹수 씨가 1.9%(약 32억 원), 최용선 회장 배우자인 정순애 씨가 0.95%(약 16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전부 합해도 50%를 밑돈다. 지주사 주식의 52.39%, 지분가치로 894억 원에 달하는 물량을 회사가 보유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코암시앤시개발 자기주식 비율은 2013년 6월 코암시앤시개발이 100% 자회사인 협승토건과 1대 1 비율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코암시앤시개발이 보유한 협승토건 지분에 합병신주 11만주가 배분돼 50%를 상회하게 됐다. 합병은 협승토건 최대 주주였던 최용선 회장(45%)을 비롯한 개인주주 5명의 지분이 일원화되고 코암시앤시개발의 100% 자회사가 된 이후에 이뤄졌다.

현재 코암시앤시개발은 한신가이아(100%), 기흥용인도로법인(54%), 장수건강(90%), 한신비엠(100%), 드림파크개발(100%), 미얀마 현지법인(100%), 캄보디아 소액대출 금융(51%), 포천내촌그린에너지(40%) 등 주요 계열사에 직접적인 지배력을 미치고 있다.

최 회장의 장남 최문규 한신공영 각자대표와 차남 최완규 코암시앤시개발 대표는 지주사 지분이 없다. 차남 최완규 대표의 경우 지주사 지분은 없고, 한신공영 시행사로 알려진 위트러스트에셋의 지분 49%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는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300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가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한신공영은 지난해 12월 20일자로 위트러스트에셋 지분을 모두 가져왔으며 올해 안으로 전부 청산할 계획이다.
 


그룹 경영권은 최용선 회장에서 오너 2세인 최문규 한신공영 대표와 최완규 코암시앤시개발 대표로 이어지는데 장남 최문규 대표에 힘이 더욱 실리는 모양새다.

최문규 대표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썬더버드 MBA에서 국제경영과 마케팅을 전공했으며 현대상선 · 현대자동차를 거쳐 2005년 한신공영에 입사했다. 

최문규 대표는 최 회장이 한신공영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듬해인 2005년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에 선임돼 경영권 승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후 한신공영 영업임원,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2016년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 4월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문규 대표는 취임 첫 해인 2017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전년동기 대비 각 91% · 171% 늘린 데 이어 이듬해에는 매출 2조 원을 처음으로 달성하는 등 순항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4.2% 하락한 1조6232억 원을 급감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전년 대비 각 42.1% · 56.6%나 감소하는 부진에 빠졌다.

이에 비해 차남 최완규 대표는 사실상 그룹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한신공영에서는 일한 경험이 전혀 없어 장남 승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세 오너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최용선 회장이 보유한 22.95%(약 382억 원)의 지분을 승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통상적으로 자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로 성장시킨 뒤 배당을 실시하거나 주력 계열사와 합병해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편법이 쓰이는데 최문규·최완규 대표는 이에 해당하는 마땅한 계열사가 없다. 어찌어찌해서 외부 자금을 끌어온다 해도 상속세 50%(상속세 최대세율)를 필수로 부담해야 한다. 상속세를 내고 나면 지분이 크게 희석돼 20%를 보유한 태기전 대표보다 지분율이 낮아지게 된다.

2014년 한신공영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아버지를 대신해온 장남 최문규 대표는 승계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용선 회장과 태기전 각자대표 지분이 불과 2.94%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상황이라, 지분 손실 없이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용선 회장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자산승계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는 한신공영의 경우 장남인 최문규 각자 대표로, 코암시앤시개발은 차남인 최완규 대표로 이어지고 있으나 상속, 증여 등에 대한 자산 승계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 회장이 만 76세 고령의 나이인데도 무리 없이 경영 활동을 하고 있어 자산 승계는 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기전 한신공영 각자대표는 최용선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코암시앤시개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녀에게 경영권이나 자산을 승계하는 계획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태기전 대표의 따님은 혼인했고 아드님은 다른 회사에 재직 중이다. 최 회장으로 대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맹수 씨 등 소액주주가 태기전 대표와 규합해 상황이 반전될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태 대표는 같은 고향에서 나고자란 돈독한 사이이며 20년 가까이 경영 활동도 지속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회사자금 횡령, 불법 청탁, 분식회계 등으로 곤욕…내부거래 비중도 80% 육박

한편, 한신공영그룹은 태생과정에서부터 횡령과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현재는 코암시엔시개발과 한신공영 간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주사 코암시앤시개발은 한신공영 인수를 위해 2001년 8월 만들어졌는데 한신공영 인수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최용선 회장은 2002년 법정관리 중이던 한신공영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빌린 자금을 상환할 목적으로 회사 돈 340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2005년 11월 구속기소됐고 결국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안병엽 전(前)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태식 전 민주당 의원에게 한신공영 인수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이 포착돼 2006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도급 사업으로 분류해온 사업을 자체 사업으로 변경하면서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집중 회계감리를 받기도 했다. 

2014년 한신공영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재무제표를 한꺼번에 정정 공시했는데 151억 원의 순이익이 5억 원의 적자로 바뀌는 등의 큰 폭의 수정이었다. 이로 인해 1만9000원의 주가가 90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회계감리에 착수했고 과징금 4000만 원과 감사인 지정 2년의 징계를 내렸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4년간 코암시앤시개발의 매출 가운데 한신공영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 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 92.7% ▷2017년 95.2% ▷2018년 92.3% ▷2019년 79.5%에 달한다. 한신공영이 코암시앤시개발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서 최용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재산증식에 기여한 셈이다.

한신공영 측은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점을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고 점차 줄여가고 있다. 90%였던 비중이 최근 80% 이하로 떨어졌다. 코암시앤시개발과 협승토건이 2013년 6월 합병됨에 따라 건설 부문과 토건 부문이 함께 운영되고 있고, 한신공영 전자입찰로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이 외 별도 진행하는 건은 없다"며 "건설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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