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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⑲] 이름·폰번호에 주민번호까지?…AI 상담원 연결하려다 개인정보 '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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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⑲] 이름·폰번호에 주민번호까지?…AI 상담원 연결하려다 개인정보 '탈탈'
업무 효율 내세워 정보 과다 수집 논란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6.05.12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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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AI 챗봇으로 상담원 연결을 시도할 경우 회원가입, 이름, 연락처 등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사례가 늘면서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단순 문의조차 상담원 연결 단계에서 로그인이나 본인 인증 절차에 가로막히면서 소비자들이 상담 접근성에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업무 효율화를 이유로 사전 정보 입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는 물론 회원가입까지 요구하고 있어 AI상담사를 이용한 마케팅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지고 있다.

12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홈페이지나 앱에서 AI 챗봇을 운영 중인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상담원 연결을 시도할 경우 로그인이나 회원가입, 예약번호 입력 등을 요구하는 사례는 유통, 가전, 자동차, 항공 등 소비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업종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상담원 연결이 사실상 제한된다.

LG전자는 AI 챗봇에 상담원 연결을 입력하면 고객·구매·배송 상담사 채팅 등 세 가지 항목을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로그인 또는 비회원 상담을 선택할 수 있으나 비회원 상담을 선택할 경우에도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연령대 등을 입력해야 상담 연결이 진행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구매 이력 등을 확인해 고객 관리에 활용하고 VOC(고객의 소리)를 수집해 추가 서비스 개발에도 반영하고 있다”며 “상담사 연결 이전에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를 받고 있으며 일정 기간 이후에는 관련 정보를 파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쿠쿠와 LG전자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다 
▲쿠쿠(왼쪽)와 LG전자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다 .
생활가전 업체 쿠쿠의 AI 챗봇 ‘쿠비’에서 상담사 연결을 위해 ‘상담사와 채팅’을 입력하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인증번호 입력 등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증 절차 없이는 상담원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다.
 
바디프렌드의 AI 챗봇 내 상담원 연결 메뉴는 렌탈·구매 문의와 서비스 문의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두 항목 모두 로그인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기아(왼쪽)와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로그인 및 본인인증절차를 거쳐야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다.
▲기아(왼쪽)와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로그인 및 본인인증절차를 거쳐야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다.
기아는 AI 어시스턴트 챗봇에 상담원 연결을 입력하면 채팅 상담사 연결 메뉴가 안내되며 이후 상담을 진행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한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상담원 연결을 요청할 경우 ‘이해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이어 안내되는 4개 상담 항목 모두에서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안내한다.

항공업계에서도 AI 챗봇을 도입하고 있는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4개사 모두 챗봇을 통한 상담원 연결 요청 시 로그인이나 연락처 입력 등 사전 절차를 요구한다.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상담원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왼쪽부터)대한항공 챗봇과 이스타항공 챗봇을 통해 상담원 연결을 요청하면 로그인과 이름, 이메일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챗봇(왼쪽)과 이스타항공 챗봇을 통해 상담원 연결을 요청하면 로그인과 이름, 이메일 요구 안내가 이뤄진다.
대한항공 AI챗봇 ‘대한이’를 통해 상담원 연결을 시도하면 로그인 창이 먼저 안내된다. 로그인 없이 연결을 요청할 경우 ‘대한항공 서비스센터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만 표시될 뿐 상담원 연결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상담의 최종 목적은 항공권 관련 업무로 이어지는 만큼 관련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며 “로그인 없이 운영할 경우 목적성이 없는 상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로그인 절차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에어프레미아와 제주항공 챗봇으로 상담원 연결을 요청할 경우 로그인이 필요하다
▲에어프레미아(왼쪽)와 제주항공 챗봇으로 상담원 연결을 요청할 경우 로그인이 필요하다는 안내가 나온다.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챗봇을 통해 상담원 연결을 요청하면 로그인 안내가 표시된다. 로그인하지 않을 경우 연결이 제한된다. 이스타항공은 상담원 연결을 위해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해야 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채팅 상담은 접속이 종료되면 답변 확인이 어려운 구조”라며 “이메일을 요구하는 것은 상담 이후에도 답변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AI 챗봇 이용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SSG닷컴 홈페이지 내 AI 챗봇은 로그인 없이 접속이 불가하다. 상담 연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로그인을 거쳐야 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상담 효율화를 이유로 사전 정보 입력이나 인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상담원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소비자에게 불편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AI 기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 충분히 고도화되지 않은 만큼 비용 효율성에만 치우쳐 챗봇에 의존하기보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정보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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