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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분석-①은행권]사모펀드사태로 무더기 ‘미흡’...상품개발·판매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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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분석-①은행권]사모펀드사태로 무더기 ‘미흡’...상품개발·판매 악화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1.01.0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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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들이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다짐한 것과 달리, 각종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서도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전반적인 평가등급이 낮아지며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사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를 살펴보기 위해 각 업권의 항목별 평가 결과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른 국내 은행권의 소비자보호에 대한 평가가 전년에 비해 눈에 띄게 퇴보했다. 금감원이 지난 연말에 전격 공개한 ‘2019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항목은 줄어든 반면 ‘보통’과 ‘미흡’ 등급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번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평가대상 은행은 경남은행, 광주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수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카카오뱅크, 씨티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16곳이다.

금융감독원은 민원 건수 및 영업규모(고객수 등)가 해당 금융업권의 1% 이상인 금융회사를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대상으로 선정한다. 2018년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던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2019년에는 포함됐다.

◆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항목별 등급 급락...‘양호’ 이상 57%로 여전히 많아

2018년 평가부터 종합평가등급제가 새로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는 항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한 뒤 그 결과를 합산해 종합평가등급을 별도로 매기고 있다.

금감원은 민원발생건수(15%), 민원처리노력(15%),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10%), 영업 지속가능성(5%), 금융사고(5%) 등 10개 부문을 평가해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취약 등급으로 분류한다. 부문별 비중은 5~15%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항목별 평가결과가 종합평가에 묻혀버리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평가 방식은 거의 그대로인데 패널티 적용 여부에 따라 이번 종합등급의 등락폭이 컸다. 금감원은 다수 민원 발생 등으로 소비자피해를 유발해 사회적 물의를 초래하거나 중징계 조치를 받은 금융사에 대해 종합등급을 1단계 하향한다.

지난 평가에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만 전체등급이 1단계 내려갔지만, 이번에는 기업은행, 부산은행, 신한은행을 포함한 5개 은행에 이 기준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금융사 간의 차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종합평가와는 별개로 항목별 평가를 전년과 비교해봤다.

2019년도 실태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평가대상 16개 은행은 올해 총 17개 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12개 은행이 19개 항목에서 우수 등급 받았던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등급 가운데 우수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16%에서 11%로 하락했다.

은행별로는 광주은행이 유일하게 3개 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경남·신한·제주은행과 카카오뱅크가 각각 2개 항목에 ‘우수’ 등급이 부여됐다.

양호 등급의 경우 항목 수는 증가했지만 전체 등급 중 비중은 되레 하락했다. 2018년의 경우 양호 등급이 61개로 집계되며 전체 등급 중 51%를 차지했다. 이번 평가에서 은행들은 74개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지만 양호 항목의 비중은 46%에 그쳤다. 평가 대상 은행 수가 증가하면서 전체 항목 개수가 120개에서 160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보통 등급은 31개에서 59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체 등급 중 37%를 차지했다. 이밖에 은행들은 9개 항목에서 ‘미흡’, 나머지 1개 항목에서는 ‘취약’ 등급을 받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과 제주은행이 각각 2개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기업은행, 부산은행, 신한은행, 씨티은행, 하나은행이 각 1개 항목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부산은행은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5번 항목인 금융사고(금융사고 건수 및 금액) 부문에서 취약 등급을 받았다. 취약등급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이 요구하는 소비자보호 수준을 전혀 이행하지 않아 소비자피해 예방에 심각한 결함이 존재할 경우 부여된다.

결과적으로 전년도 평가에서는 은행권에 부여된 전체 항목별 평가등급 가운데 67%가 양호로 나타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그 비율이 57%로 현격하게 낮아졌다. 반면 보통 이하의 비중은 34%에서 44%로 급등했다.

평가항목별 등급 분포를 살펴보면 금감원이 전년도에 비해 ‘민원발생건수’와 ‘민원처리노력’ 부문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준 반면 ‘상품개발과정’, ‘상품판매과정’ 등은 까다롭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평가에서 민원발생건수와 민원처리노력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은 은행이 1곳 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각각 1개와 3개의 은행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양호 등급 은행도 13개에서 19개로 늘었다. 반면 보통 이하 평가를 받은 은행은 10개에서 9개로 줄었다.

이에 반해 ‘상품개발과정’, ‘상품판매과정’ 항목은 전반적으로 평가가 악화됐다. 이번 상품개발과정 항목에서는 우수를 받은 은행이 없고 양호 또한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보통과 미흡 평가를 받은 은행은 5개에서 13개로 늘었다. 상품판매과정 부문 역시 어느 은행도 우수 판정을 받지 못한 반면 보통 이하 등급이 부여된 은행은 80%를 넘었다.

◆ 농협·대구·수협 ‘개선’, 부산·기업·신한 ‘악화’...금감원 “판매상품 선정 시 소비자보호 강화해야”

각 항목에 점수(우수 4점, 양호 3점, 보통 2점, 미흡 1점, 취약 0점)를 부여해 총점을 비교했다. 농협은행, 대구은행, 수협은행, 씨티은행, SC제일은행은 전년에 비해 단순 총점이 상승한 데 반해 부산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은 하락했다.

농협은행은 양호 등급을 받은 항목이 9개로 늘었지만 지난 평가에 4개였던 보통 항목이 1개로 줄면서 점수가 상승했다.

대구은행 역시 미흡 항목이 1개에서 0개로 줄면서 소비자보호 수준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은행은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소송패소율 및 분쟁조정중 소제기건수)’ 항목이 우수 등급으로 평가됐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 소비자보호 최고의사결정기구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정례적으로 운영하면서 내실화에 힘쓰는 한편, 민원접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각종 소비자보호 제도개선을 실시했다"며 "또한 금융상품·서비스 출시 전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사전협의 제도의 실질적 운영, 금융취약계층(어르신, 장애인)의 은행 이용 편의성 제고를 위한 전 영업점 ‘행복나눔 동행’ 전담창구 운영, 지역 유관기관 협력으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대고객 홍보활동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수협은행은 모든 항목에서 고른 평가를 받았고,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영업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지표) 부문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반면 부산은행은 상품 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용 항목에서는 미흡을, 금융사고(금융사고 건수 및 금액) 항목에서는 취약 등급을 받았다. 부산은행은 전체 은행 중 유일하게 취약 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밖에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상품 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용’ 항목에서 미흡 1개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펀드·신탁 등 판매상품 선정 시 소비자보호 부서가 사전협의 기능을 내실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간 대부분 은행이 CCO(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를 겸임하는 체제로 운영했으나, 올해부터 전담 CCO 선임 은행이 증가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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