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은행 '공동 ATM'은 표류 중?...시범사업 6개월에도 확대여부 신중
상태바
은행 '공동 ATM'은 표류 중?...시범사업 6개월에도 확대여부 신중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1.18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시행에 나섰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공동운영 사업이 6개월이 지나도록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시범 운영을 통해 공동 ATM의 효율성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이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공동 ATM 입지조건과 수수료 배분 등 은행간 조율과정이 까다롭고 ATM 수요 자체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신중하게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월 4대 시중은행은 전국 이마트 4곳(하남점, 남양주 진접점, 동탄점, 광주광산점)에 공동 ATM을 설치했다. 각 은행들이 한 곳씩 운영을 책임지는 형태로 각 은행들간에 수수료 제휴를 통해 소비자들은 개별 은행 ATM 이용 때와 동일한 수수료로 공동 ATM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영업점포와 ATM 기기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 ATM 운영을 통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 이용 편의성은 증대...도입 당시 지적사항 보완 어려워

일단 시범운영 6개월이 지난 현재 4곳에 설치된 공동 ATM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14일 찾은 이마트 하남점 공동 ATM에는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ATM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자주 목격됐다. 
 

▲ 이마트 하남점에 위치한 '은행 공동 ATM'. 해당 기기는 KB국민은행이 운영을 맡고 제휴를 맺은 4개 은행 고객들은 수수료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 이마트 하남점에 위치한 '은행 공동 ATM'. 해당 기기는 KB국민은행이 운영을 맡고 제휴를 맺은 4개 은행 고객들은 수수료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문제가 됐던 ATM 운영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의 통장거래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이마트 하남점 공동 ATM에서는 신한·하나·우리은행 통장으로 거래를 할 수 없었다.

공동 ATM이 기존 ATM기기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수수료 제휴만 맺은 형태로 출범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 공동ATM 도입 초기 제기됐던 타 제휴은행 통장거래가 불가능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향후 개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공동ATM 도입 초기 제기됐던 타 제휴은행 통장거래가 불가능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향후 개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TM의 소프트웨어와 전산 시스템 개편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각 은행들은 공동 ATM 확대에 시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공동 ATM 도입 취지가 은행간에 수수료제휴만이라도 해서 고객의 추가 수수료 발생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며 "통장거래까지 호환하려면 전산 자체를 바꿔야 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 조건 까다로워 향후 확대방안도 '미지수'... ATM 인프라 구축은 지속

각 은행들은 공동 ATM을 당장 확대할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공동 ATM은 각 은행의 ATM이 이미 설치된 곳 중에서 이용빈도 등을 고려해 각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제휴를 맺고 있는데 마땅한 입지를 고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4개소가 모두 이마트 내에 위치한 것도 제휴 은행이 전부 만족할 만한 입지가 드물기 때문이다. 

B은행 관계자는 "4개 은행이 이미 같은 장소에 ATM을 운영중이어야 확대가 가능한데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고객 만족도와 편의성을 길게 검토해보고 확대 여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도 "은행권에서는 보통 1년 가량 추이를 지켜보고 정식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일단 관망중인 상태"라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타행과 의논을 해야겠지만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ATM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은행들은 현황을 지켜보면서 추후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범사업에서 참여하지 않은 D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향후 공동 ATM 사업이 확대될 때 참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세한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이와 별개로 편의점을 활용한 ATM 인프라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사 ATM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설치 및 운용비용이 절감되고 해당 편의점과 제휴를 맺은 타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운영 부담도 적다. 전국 수 천여 곳에 위치한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KB국민은행은 GS25와 세븐일레븐(롯데ATM만 가능) 편의점에 설치된 ATM으로 기존 은행 ATM과 동일한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GS25와 제휴를 맺고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GS25, CU, 세븐일레븐 등 3대 편의점에서 모두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편의점 ATM은 접근성도 좋고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터라 은행들이 편의점 제휴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은행들이 부담해 고객 부담을 경감시키는 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