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본사에 직접 AS를 맡겨도 수선한 원단의 색상 등이 원래 제품과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한 데다 수선시 색상이나 재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중요한 내용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으면서 소비자와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같은 원단 수급이 어려운 이월상품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특히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를 믿고 구매했으나 대부분 업체가 불량 AS에 대해서는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데 대해 허탈해하고 있다. 허접한 AS로 입지 못할 지경이 돼도 보상은커녕 수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머렐, 블랙야크, 아이더 등 수선 불만이 접수된 아웃도어업체 대부분 이월상품의 경우 원단 수급 문제로 수선시 다른 색상으로 AS가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마다 보유한 수선용 원단이 소진되고 더 이상 생산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색상이나 재질의 원단으로 처리된다.
머렐 관계자는 “회사 인수 등으로 2020년 이전에 생산·판매된 제품은 현재 같은 원단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런 제품의 경우 고객에 양해를 구한 후 최대한 비슷한 원단으로 맞춰 수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머렐은 2020년 1월부로 디앤엑트(구 화승)에서 미국 본사 울버린 월드 와이드로 인수돼 이전에 생산·판매됐던 제품은 원단을 구하기 힘든 상태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인수 전 판매 제품에 대해 수선 문의가 들어오면 ‘원부자재가 없어 처음 구매한 상품의 원단과 다른 천으로 덧대어 수선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매장에서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같은 원단으로 수선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월상품이라 같은 원단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을 경우 유사 원단을 활용해 수선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더 관계자도 “AS 관련 내부 규정에 맞춰서 수선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월상품 등 오래된 상품이나 원단을 당장 수급하기 힘든 경우에는 유사한 색상으로 수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AS 의뢰 시 이같은 수선 내용에 대해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안내되지 않는 것 역시 문제다.
머렐은 ‘수선 접수증’에 원단 색상 등 고객이 원하는 수선 방향을 기재하며 이 내용이 미비할 경우 본사에서 소비자에게 연락해 확인 작업을 거친다고 전했다. 블랙야크의 경우에도 '수선 접수증'에 관련 내용이 고지돼 있다.
다만 나머지 두 브랜드의 경우 '매장' 측에 이같은 지침을 주고 있을 뿐 본사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실제 모든 매장에서 사전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수선 하자 시 보상에 대한 규정도 제각각이다.
머렐과 블랙야크는 AS 클레임이 발생할 경우 보상규정에 따라 재수선 및 교환·환불 등이 진행된다.
머렐은 "수선 불량 시 보상책 등을 내부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매장 점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AS 클레임이 발생하면 내부 판단에 따라 재수선하거나 교환·환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도 고객에게 수선 방향과 비용 등에 대해 본사서 직접 안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야크의 경우 수선 하자라고 판단될 경우 소비자보호실에서 소비자와 협의를 통해 수선비 경감이나 면책, 교환 등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더는 불량 수선에 대한 보상책 규정은 따로 없다. 고객이 수선한 의류에 대해 AS 문의시 확인 후 재수선해주는 방식이며 이때 유상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수선에 대한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선 과실의 경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으로 명시된 건 없지만 소비자원의 섬유제품심의위원회나 소비자단체에 분쟁 조정 신청해 심의를 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 블랙야크 검정 등산바지, 종아리 남색 천으로 수선=대전시 서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블랙야크에서 수선 맡긴 검정 바지를 다른 색상 천으로 덧대 수선했다며 황당해 했다. 바지 종아리 부분이 눌어 지난 1월 블랙야크 매장에 AS를 맡겼다는 박 씨. 수선이 완료됐다는 안내를 받고 방문해 수선비로 1만원을 냈는데 바지의 모습은 기존과 딴판이었다고. 검정 바지인데 종아리 아랫 부분을 남색 천으로 덧대어 놓았다. 박 씨는 "이월상품은 원래 똑같은 천이 없다며 수선맡길 때 같은 색상으로만 해줘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는 내 잘못이라고 하더라" 며 답답해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