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논란만 1년째...시간끌기로 소비자 피해만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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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논란만 1년째...시간끌기로 소비자 피해만 양산
결정권 가진 중기부 업계 눈치보며 미적미적.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1.03.1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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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대전에 사는 옥 모(남)씨는 최근 중고차 매매 시장을 방문해 평소 원하던 쏘나타를 발견했다. 비록 사고차지만 수리는 완벽하게 끝냈다는 딜러의 말에 600만 원을 주고 차를 구매했지만  출고 후 엔진 고정 볼트 느슨, 미세누유, 부품 교체 등 여러 문제점을 확인했다. 차량을 검사한 정비소에선 ‘차 상태가 잠시 탈 수 있게 손만 본 정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옥 씨는 “잠시 운행만 가능하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이런 차를 팔았다는게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2. 수원에 사는 임 모(남)씨는 지난해 12월 한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BMW 520d 중고차량을 구입했다. 성능상태기록부에는 2열 도어 단순판금만 적혀 있었다. 그러나 보험 이력을 보니 수리비만 1125만 원이 적혀 있었다. 단순판금이라 하기엔 금액이 커 매매상사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며 보상을 미루고 있다. 임 씨는 “소비자에 고지 안 한 책임을 보상해달라 했더니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만 친다”면서 “이미 수리비만 150만 원이 더 나왔고 차는 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례3. 경남에 사는 박 모(남)씨는 최근 중고차 구입을 위해 인근 매매상사에 들렀다가 한 딜러로부터 ‘토요일이라 서류작업이 마무리 안 될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차가 있다면 보증금을 걸어놓고 가라’는 제안을 들었다. 50만 원을 걸어두면 굳이 차를 안 사도 환불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보증금을 지불한 박 씨는 이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딜러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피해 금액이 100만 원 미만이라 민사소송 외에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박 씨는 “매매상은 법을 악용해 산 애꿎은 소비자들에 사기 치면서 돈을 버는데 도가 튼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이후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 여부는 안개속인채로 더딘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간 이견 차이가 여전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이 바뀌면서 최종 결정도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고 있다. 미끼 상품, 사고이력 조작 등 중고차 거래 관련 소비자 피해는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올해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민원만 48건에 이른다. 이틀 걸러 한 건씩 중고차 관련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 9일에는 교통·자동차 전문 시민단체 연합인 교통연대에서 “3년째 표류하고 있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하루빨리 결론 내야 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교통연대는 시민교통협회, 교통문화운동본부,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새마을교통봉사대, 친절교통봉사대, 생활교통시민연대 등 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권을 가진 중기부는 아직 심의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고차 매매업계 사이의 입장 차가 큰 탓이다.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자동차 매매업 생태계 파괴는 물론 관계자들의 생계에도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당 주재로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상생을 위해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를 발족하려 했지만 중고차 업계가 참석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중고차 업계 입장만 고려될 뿐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는 묵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는 교통·자동차 전문 시민단체 연합인 교통연대에서 “3년째 표류하고 있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하루빨리 결론 내야 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교통연대는 시민교통협회, 교통문화운동본부,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새마을교통봉사대, 친절교통봉사대, 생활교통시민연대 등 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소비자시장평가지표'를 보면 중고차 시장은 77.7점으로 26개 업종 중 유일하게 2017년 대비 점수가 하락했다. 이보다 낮은 점수는 교복(77.3점)뿐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봐도 조사 대상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하며 혼탁, 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 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자회사를 통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현대자동차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단순 경쟁 구도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공인 인증제 등 제도를 보강하고 투명한 거래 문화를 만들어 감으로써 오히려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놨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과 가이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측은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참여해 체계적인 차량 상태 검사와 수리 등을 거쳐 인증·보증을 해주고 이러한 인증제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게도 확대되면 중고차 시장 규모도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며 중고차 매매업자들도 이득을 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중고차 업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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